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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미 Dec 30. 2017

백조의 성

 *무사히 뮌헨 숙소로 도착했다. 너무 깔끔하고 와이파이도 빵빵 터져서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저녁을 배불리 먹고 필스너 맥주 한잔을 들이키는 것! 독일이 다른 곳보다 물가가 저렴하기도 하고 맥주가 좋아서 돈을 펑펑 쓸것만 같다. - 2013. 11. 18.  일기 중에서



 날씨 완전 써니! 윈도우 바탕화면 사진같은 푸른 하늘과 들판, 우중충했던 그 간의 날씨를 달래주는것 같은 날이었다. 디즈니랜드를 구상할 때 모티브가 되었다는 퓌센의 노이슈반스타인성으로 향했다. 성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다리가 안타깝게도 끊어지는 바람에 전경은 보지 못했지만, 더욱 아름답다는 성의 내부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성에 올라 내려다 본 독일 마을의 풍경과 그곳을 둘러싼 알프스 산맥과 계곡이 참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것은 성의 내부였다. 이 성을 지은 루드비히 왕이 취향과 취미를 광적으로 불사른 곳이다. 심지어 노이슈반스타인 성은 1/3만 완성됐지만, 이 성을 지으면서 나라 재정을 파탄냈기 때문에 욕을 먹고 퇴위되면서 잊혀졌다고 한다. 루드비히 2세는 이 성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관광지 따위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싶지 않다며 자신이 사망하면 같이 무너뜨려 달라고 했지만 그 뜻을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라 경제를 파탄낸 성으로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왕가가 사라질때까지 관광수입으로만 제1의 돈줄이 되었다고.


 무튼, 그가 애정했던 성이었지만 성이 완공되기 전에 정신병자 판정을 받고 강제로 퇴위해야 했으며, 3일 후에 슈타른베르거 호수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가 좋아했다는 로얄블루와 금박장식, 백조장식, 섬세한 가구공예와 문고리를 보고 있자면 그의 미친 덕질(?)과 이상에 반할 수 밖에 없다. 군사학보다는 시와 음악에 관심을 쏟았고 수줍음 많기로 유명했던 루드비히 2세는 성 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었다. 천장에는 지크프리트, 탄호이저 전서을 비롯해 북유럽에 전해져오는 무용담의 주인공들이 묘사돼 있다.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사랑, 원죄, 구원 등 중세 종교관과 연결돼 있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한 섬세하고 예민한 왕이자 호수에서 자기 생을 스스로 마감한 유약한 왕을 떠올리며, 뒤로한 성을 바라보니 더욱 쓸쓸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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