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이순신 장군은 그렇게 말한 적 없다

영화 <한산>에 나온 대사 오류 가능성에 대해

by 정규영

<명량>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취향의 문제다. 그래서 1,761만 5천57명이라는 역사적인 관객 동원을 기록한 영화임에도, 나는 <명량>을 안 본 3,300만 명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박해일을 좋아하는 아내가 보고 싶어 하기도 했고, 예고편 속의 미장센과 색감, 그리고 연기의 톤이 괜찮아 보여서 <한산>은 영화관에서 보게 되었다. 지난여름의 일이다.


<한산 리덕스>라는 제목으로 감독판이 다시 개봉한다는 뉴스를 보니, 한참 영화가 개봉했을 무렵 TV광고로 나온 예고편 생각이 났다. 당시, 예고편을 보다가 왠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이 대사 때문이었다.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영화 <한산> 공식 티저 광고 영상 캡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어휘 중 많은 부분이 일본어에서 들어왔다. 그중에 하나가 접미사 的(적)이다. 이한섭 고려대 명예교수가 쓴 <일본어에서 들어온 우리말 어휘 5,800>에 의하면 的(てき)는 일본어에서 들어온 한자 조어법 어휘로, 한국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1895년 경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압도적>이란 단어도 어휘 일람 편에 소개되고 있는데, 1923년에 발간된 <개벽> 제35호에 첫 선을 보인 단어이다.



이미 한국어의 일부가 된 표현을 국수적인 관점에서 쓰지 말자고 하는 주장에는 반대한다. 현대식 표현이 사극에 나오는 게 어색해서도 아니다. 다만, 일본에 맞서 나라를 지키는 영화의 주인공이 300년 이후에나, 그것도 일본어를 통해 들어올 표현을 쓰는 것은 아쉽다. 고증 단계에서 한번 걸러졌으면 여러 모로 더 완성도 높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영화 도중에 저 대사가 나오면 "저 말은 절대 이순신 장군이 하지 않으셨을 텐데..." 하며 몰입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 대사는 영화가 끝날 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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