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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Jan 21. 2021

어바웃 타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를 찾아가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


너는 미래에도 잘 살고 있고 네가 했던 걱정의 99.9%는 발생하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적어도 서른 중반까지 사랑하는 이들이 건강하고, 너 자신도 불편한 구석은 있지만 큰 병 없이 잘 살 고 있으며, 때론 방황하고 때론 멈출 수 있지만 어떻게든 고이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부부 싸움을 종종(자주?) 하지만 너와 같이 살아주는 아내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빠 싫어. 엄마만 좋아" 말해주는 딸이 생겼다고 말해주고 싶다. 벌어지지도 않은 걱정이 너를 잡아먹게 내버려 두지 말라고 하고 싶다.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휴학을 한 번 해보고 싶지만 별다른 계획이 없어서 고민하는 나에게 계획이 없더라도 휴학을 해보라고, 쉬어가라고 해주고 싶다. 너무 섣불리 너의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도, 네가 갖고 있다고 믿는 것들이 사회에서는 생각보다 대단한 게 아니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다른 길도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딱 한 가지 말만 해줄 수 있다면 서른을 목전에 두고 목 디스크가 터지기 직전의 나에게 자세 좀 똑바로 해!! 소리쳐주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말뿐만 아니라 직접 멱살을 끌고 자세 교정을 시켜주고 싶다. 건강을 잃으면 네가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불행과는 비교도 안 될 불행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지금 그대로의 나로 돌아올 것이다. 깨어있을 때 한 시도 나를 가만두지 않는 걱정과 깨어있지 않을 때조차 한시도 나를 가만두지 않는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로 고장 난 이 몸으로 돌아와 아내와 딸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며 아주 잠시나마 그런것들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아내와 맛있는 고기에 막걸리를 마시며 이해할 수 없는 깽판을 치는 딸내미를 보며 "널 닮아서 너만 좋아하는가 보다" 하며 뒤끝 작렬하며 웃고 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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