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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Jan 23. 2021

11개월 아기 침대 낙상 사건

11개월 된 딸이 침대에서 떨어졌다. 애를 키우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을 겪는다고 하지만 모두가 으레 겪는 일이라고 해서 나의 불안감이 달래지는 건 아니다.  

 

침대에서 떨어진 우리 딸은 다행히 별일 없이 무사히 넘어갔다. 항상 조심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게 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어디선가 불의의 낙상으로 마음 졸일 부모들을 위해 이번에 내가 배운 것들을 정리해본다. 아래의 팁들은 의사, 한의사 지인들 및 아이를 데리고 방문한 소아과 의사 선생님에게 들은 말을 정리한 것들이다. 읽고 참고는 하되 가장 좋은 건 직접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는 것임을 잊지 말자.

※ 아기 침대 낙상 시 Tip (이번에 의사/한의사 친구들 및 소아과 의사 선생님에게 들은 말을 정리하였지만 가장 좋은 건 직접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

 1.  아이가 너무 고통스럽게 울거나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이 있는 병원을 찾아간다. 동네 소아과에 가도 해줄 수 있는 건 응급차를 불러 주는 것뿐이라고 한다.

 2. 아기가 일단 진정이 된다면 두 가지를 반드시 체크한다. 뇌출혈과 골절.

 3. [뇌출혈] 머리에 혹이 났거나 함몰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다. 눈에 힘이 풀리거나, 심하게 애가 쳐지거나,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물토를 하거나, 보챔이 평소보다 심한지 체크한다. 사고 후 6시간 동안 이 증상들이 발생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이 증상 중 하나라도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으로 간다.

 4. [골절] 떨어지면서 골절이 되는 경우가 있다. 갈비뼈 부분이 골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기 몸 여기저기를 살살 만져서 아이가 아파하는지 확인한다. 골절로 인해 아기가 심하게 보챌 수도 있다.

 5. 원칙적으로 금식이다.  행여나 뇌출혈이 있으면 뇌압이 올라서 토를 하게 되므로 금식. 심하게 다쳐서 수술하기 위해선 금식. 행여나 병원에서 CT를 찍어야 하면 아기를 재워야 하는데 재우는 약이 토를 유발할 수 있고, 음식을 먹은 채로 토를 하면 기도로 넘어가니 위험해서 금식.

6. 특별한 증상들이 없으면 따듯한 물을 먹이고 아이의 마음을 달래준다. 단순히 아이가 놀래서 보채는 경우도 있다.

7. 영유아의 경우 3 feet(90cm) 안 되는 높이 침대 낙상이면서 특이사항이 없으면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한다. 떨어질 때 다치지 않으려고 몸을 움직이지 않아서 오히려 크게 다치지 않는다고 한다.

8. 특이사항이 없더라도 최소 소아과에는 가서 의사의 소견은 들어보자.

우리 딸이 낮에 침대에서 떨어졌다면 당장 병원에 데리고 갔겠지만, 낙상은 밤 아홉 시가 넘어서 발생했다. 육안으로 애는 괜찮아 보이는데, 그래도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응급실 찾아가기도 과잉 반응하는 것 같아 이렇게 하기도 저렇게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사람을 더 미치게 만들었다.

의사 지인들의 팁에 따라 아이를 체크하면서도 내 판단에 확신이 안 섰다. 나뿐만 아니라 의사가 아닌 이상 비슷할 것이다. 우리 딸은 평소에도 분유를 먹고 나면 물토를 잘하고 잘 때는 무조건 보채는데 이게 아파서 그러는 건지 평소 행동인지 어찌 알겠는가. 아기 머리를 하루에 백 번도 넘게 만지지만 낙상으로 인해 미세하게 혹이 났거나 함몰이 됐는지 아무리 온 신경을 내 손가락 끝에 집중해도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애는 괜찮아 보임에도 내 안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가서, 밤 열한 시가 다 돼서 응급실에 아기를 데려갈까 결심하려던 찰나에 한의사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크게 특이사항이 보이지 않는 이상 병원에 가도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건 아기 상황을 체크해 주는 것 밖에 없어. 가장 확실한 건 뇌 CT 촬영인데, 그러려면 아기 전신 마취시켜야 해서 그것도 아기한테 안 좋아. 네가 봤을 때 괜찮은 거면 실제로 괜찮을 거야. 정말 이상이 있으면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물토를 하거나 보채거나 울 거야. 밤에 애가 놀래서 보챌 수도 있으니까 따뜻한 물 좀 먹여봐.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래도 모르니까 내일 아침에 병원 한 번 가봐."

 

마지막 친구의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2시간 내내 곤두섰던 내 신경이 풀리면서 순간 눈에 눈물이 팽 고이는 느낌마저 들었다.

 

결론은 자신의 촉을 믿고 아기가 위의 특이사항들을 보이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방법밖에 없다. 자신의 촉이 의심스럽다면 밤이든 새벽이든 주말이든 지체하지 말고 병원으로 가는 게 답이다. 그게 아기의 건강은 물론 부모의 정신건강에도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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