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를정한일 Jan 23. 2021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

불완전해도 온전했다. 

없어도 충만했다. 

부족해도 특별했다.

 

나 안에는 보이지 않은 빛이 있어

세상에 빛나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것들과 교감했다. 같이 웃고 같이 울었다.

그것만이 중요했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커서 세상에 나왔다.

부딪혔다. 넘어졌다.

싸웠다. 졌고 졌고 졌다. 

한숨으로 버텼고 눈물로 일어났다. 

그렇게 살아냈다.  

 

하지만 그 사이 나 안의 빛이 잘 보이지 않게 됐다.

나 안에 있던 많은 중요한 것들이 사라지고,

다른 중요한 것들로 채워졌다.

똑같이 중요했지만 다르게 중요했다. 

그것들은 도무지 빛이 나진 않았다. 

나는 더 이상 나가 아닌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온전함을, 충만함을, 특별함을 잃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 안의 빛은 사실은 더 큰 빛에서 비롯되었음을.

나의 빛은 누군가의 빛을 갉아먹는 대가였음을.

 

가끔 사라진 나가 그리워 잠 못 드는 날도 있지만 슬프지만은 않았다.

나로 인해 또 다른 빛들이 이 세상에 싹트고 있기에.

 

나는 생각한다.

그럼 됐다. 그거면 된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부의 목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