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서막

by 고베리슬로우
1일 평균 약 18,000보를 걸었으니, 일주일에 약 126,000보를 걸었다.


달리기가 열풍이다. 내 주위에도 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도 달려봤다. 처음엔 정말 정말 힘들었다. 쉬지 않고 1Km 달리기도 힘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뛰다 보면 나아진다 그래서 꾸역꾸역 뛰었다. 혼자 뛰는 거보다 같이 뛰는 게 낫다고 해서 달리기 크루도 나가봤다. 많이 놀랐다. 잘 달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특히 내 체구의 반도 안 되는 듯한 여성분들이 전혀 흐트러짐 없이 5~6km 이상을 쉬지 않고 달리는 걸 보면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자라고 해서 남자보다 못 달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실제 그 모습에 신기해하는 내 모습에서 '아, 사실은 나 남자가 여자보다 잘 달릴 거라고 생각했구나' 깨달았다.


꽤 달렸다. 매일 달리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달렸고 누적으로 100Km 넘게 달렸다. 그 자체로 칭찬해 줄 만하지만 사실 6개월 넘게 달렸으니 어디 가서 달린다고 말할 수준은 못 된다.


꾸준히 달려도 늘지 않았다. 결국 포기했다. 난 안 되겠더라. 달리면 달릴수록 난 달리기에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정신 상태의 문제인 건지 달리기 근육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저 동기부여가 안되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더 이상 달리지 않는다.


살이 다시 찌기 시작했다. 사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달리기가 열풍이어서가 아니었다. 코로나가 오고 나서 1년 사이에 거의 10킬로그램이 쩌버렸다. 헬스장은커녕 밖에 나가기도 조심스러웠기에 홈트레이닝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생각보다 오래갔고, 집 안에서 운동하는데 싫증이 났다. 그래서 달렸다.


이제는 걷는다. 목표는 하루 3만보다. 한 번도 목표를 달성한 적은 없다. 하루 만보는 생각보다 빨리 채워진다. 근데 만보에서 2만 보는 천리처럼 느껴지고 이만보에서 3만 보는 만 리처럼 느껴진다.


지난주 월요일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을 하면서 출퇴근을 시작했다. 출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2만 보를 채우는 목표를 세웠다. 이 또한 성공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퇴근해서 우리 강아지 산책까지 하면 얼추 하루 2만 보는 채울 수 있었다.


복직 첫날에는 온몸을 때려 맞은 것처럼 몸살이 왔었다(와이프한테는 '많이 걸어서'라는 말은 빼고 '힘들다'라는 말만 계속했다. 데헷). 양 발 새끼발가락 모두 물집이 잡힐락 말락 하며 신발이 닿으면 아플 정도의 통증이 이어졌다. 대충 참으면서 1주일 걷다 보니 금요일에는 몸도 발도 적응이 됐다. 힘들고 아프긴 하지만 그 정도가 거의 미미해졌다.


달리는 사람은 달리기를 예찬하고 걷는 사람은 걷기를 예찬한다. 난 둘 다 예찬할 생각이 없다. 각자 알아서 자기의 몸과 상황에 맞게 하면 그게 최고의 운동이다.


다만 달리기도 걷기도 '꽤(훗)' 해본 사람으로서 두 운동을 평가해보자면 재미와 운동효과는 달리기가 확실히 더 있지만 그만큼 힘들다. 때문에 나처럼 아예 낙오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걷기는 운동효과가 떨어지지만 속도를 높여서 걸으면 생각보다 숨도 차고 땀도 많이 나며 온몸의 근육을 다 사용하게 된다. 빨리 걷기를 오래 하면 어중간하게 달리는 것보다 더 좋은 운동이 되는 듯하다. 물론 내가 항상 그렇게 한다는 건 아니다. 나는 세월아 네월아 걷는다. 이제 걷기마저 싫증 나서 관두면 더 이상 할 운동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 최소 2만 보, 할 수 있다면 3만 보'라는 목표가 있긴 하지만 억지로 채울 생각은 없다. 오히려 많이 걷는 거보다 조금 걷더라도 바른 자세로 걸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달리기보다 느리고 운동 강도가 낮은 만큼 오히려 더 내 몸의 집중하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천천히 오래오래 바르게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