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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Feb 05. 2022

2022년 ver. 소꿉놀이

2020년 12월. 밤에 강아지 산책을 하는데 난데없이 속눈썹에 성에(?)가 생겼다.


'뭐지? 나이가 들면서 눈가가 촉촉해진 건가? 나란 남자? 훗.'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레 속눈썹의 성에의 정체를 알게 됐다. 내 눈이 촉촉해져서가 아니라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생긴 것이었다. 2018년에 쓴 글이 떠올랐다. 나날이 심해지는 황사,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 뭐가 뭔지 정확히 분간도 안 되는 것들 때문에 숨쉬기가 계속 어려워지던 시기, 어른들은 이미 베렸다고 쳐도 이런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들은 어쩌나 싶었던 마음으로 썼던 글이었다. 그때는 먼지가 최악일 줄만 알았다.


현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로 잔인하다고 했던가. 코로나 바이러스라니. 뛰는 먼지 위에 나는 바이러스가 나타나다니. 이 세상에 많은 아이들이 마스크 없이는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여행 다니지도 못하고 심지어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 채 2년이 지났다. 만 다섯 살도 안 된 우리 아이도 당장 코로나 음성 확인이 안 되면 유치원도 못 간다. 무섭다고 아프다고 우는 아이 달래고 달래서 시도 때도 없이 코를 쑤셔야 한다.



2018년에 썼던 글. 당시에는 대표 문장을 별도로 만들어서 그림으로 저장했다.


얼마 전에 우리 딸이 사촌동생이랑 소꿉놀이를 하는 걸 보고 있었다. (Tip. 대놓고 보면 애들이 보지 말라고 소리 지르거나 방으로 도망쳐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곁눈질로 봐야 한다.) 그들의 소꿉놀이는 극한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동원되기 때문에 몇 초 간격으로 상황이 계속 바뀐다. 방금 전까지 엄마, 아빠였다가 한순간 사장님, 고객이 되고 그다음 순간 강아지, 고양이가 된다.


"이제 여기가 키즈카페야."


어느 순간 우리 딸이 키즈카페 주인이, 사촌동생이 고객이 됐다.


"꺄르르~. !%!@$^@#%&#$. 꺄르르~"


딸보다 한 살 어린 사촌동생이 알아듣지 못할 괴성을 지르면서 '가상의 키즈카페 zone'으로 달려가려고 하는데 딸이 앞을 가로막았다.


"안돼. 들어가려면 나한테 허락 맡아야 돼."


사촌동생은 잠깐 딸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까르르거리면서 거실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딸 앞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코로나 확진자 신가요?"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나와 아내가 모두 한순간에 웃음을 터트렸다.


"코로나 확진자냐고 물어보는 거 들었어?" 아내가 웃으면서 나한테 물었다.

"저거 동영상 찍어서 애들 크면 보여줘야 하는데. 자기들이 어떤 시대에서 유년을 보냈는지. 어휴." 마지막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웃기면서 씁쓸했다.


2022년 2월 5일. 실제로 코로나가 세상에 나타난 기준이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 침투하기 시작한 지 만으로 2년이 막 지났다. 2020년 1월 말, 둘째 딸이 조리원에서 나오기 이틀 전, 조리원에서 남편 외 면회 불가 정책을 시작했고 바로 그다음 날 남편도 면회가 어려워질 수도 것 같다는 대화를 아내와 하던 기억이 난다.


지난 2년 사이 확진자가 10명 이하로 떨어졌을 때, 고강도 거리 두기가 시행됐을 때, 백신 접종을 할 때 등 몇 번이고 '이번만 넘어가면 끝나겠지'했지만 코로나는 변이와 변이를 거쳐서 진화했고, 오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1일 확진자가 3만 명이 넘었다. 3만이라는 숫자보다는 주위에서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서 '역대 최대 확진'을 실감하고 있다.


이번 확진세가 오히려 코로나 사태의 막바지라는 믿음을 갖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부디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코로나에 걸린다면 본인과 가족 모두 큰 아픔 없이 '뭐야 이거 감기 같지도 않잖아?' 하면서 수월하게 이겨내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한다.


집에 있는데 편의점 놀이할 거니까 마스크를 달라고 그랬다. 마스크 없이는 편의점에 못 들어간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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