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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내가 제일 좋아한 놀이

by 고야씨



며칠 비가 쏟아지면 개울물이 불어난다.

투명하던 물이 흙탕물로 변해 휘몰아친다.

비냄새와 흙냄새가 섞이면 모험하기 딱 좋은 날이다.

우산을 쓰고 다리 위로 간다.

잔뜩 흥분해 날뛰는 성난 물살을 바라본다.

커다란 바위를 꿀꺽 삼킨 개울물이 우악스럽게 내달린다.

다리 위에 서서 그 물살을 내려다본다.

’ 매직아이‘책을 볼 때처럼 몽롱한 집중을 한다.

그러면 곧 다리는 여객선으로 변한다.

배가 나를 태우고 뒤로 뒤로 달려간다.

난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난 누군가가 되고,

우리 동네는 세상 어디든 된다.


장마철 내 추억엔 파란만장한 대모험이 섞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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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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