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절기를 춘분이라고 한다. 3월 20일 무렵으로 산책이 유독 즐거워지는 때이다. 지난주 금요일이 바로 3월 20일 춘분이었다. 나는 그날 동네 산길 플로깅을 했는데, ’ 춘분 산책’이라 이름을 붙였다. [제철행복]에 나온 ‘봄을찾기‘와 [지구닦는사람들]의 ‘플로깅’을 합친 거다. 내 평범한 하루를 책과 환경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은 셈이다. 그러니 내가 느끼기엔 별 게 없고, 작은 칭찬에도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사소하고 고유한 걸 좋아한다면서도 스스로에게 그렇지 못하다니. 칭찬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겠다.
춘분 산책에서 내 추억을 떠오르게 한 것은 노루귀였다. 강원도 산골 우리 집 -친정이라는 말이 어색하고 잘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태어나고 자란 곳, 나를 어떻게 거기서 빼.- 앞마당엔 노루귀가 핀다. 매년 노루귀를 제일 먼저 발견하는 건 엄마였다. 노루귀만이 아니다. 어떤 꽃이든 엄마가 제일 먼저 알아챘다. 복수초, 노루귀, 동강할미꽃… 봄을 가져오는 꽃들을 엄마는 겨울 내내 기다렸던 것 같다.
엄마는 꽃을 보면 나를 제일 먼저 불렀다. 꽃이나 나물이나 풍경이나 그런 거, 엄마가 나를 먼저 부르던 거.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땐 명화극장,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라붐 같은 거. 엄마가 날 더 좋아해서라기보다 아빠와 동생보단 내가 반길걸 알아서겠지만 꽃에서만이라도 엄마에게 제일 우선이 된다는 건 몹시 기분 좋은 일이었다.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내 발보다 한참 큰 아빠의 털슬리퍼를 끌고 태연하게 마당으로 나가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