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디야나(명상)
열일곱 살. 엄마는 목이 아파 힘들어하는 나를 데리고 정형외과에 갔습니다. 까만 필름 속에 빛이 그려놓은 목의 윤곽은 적당한 곡선을 유지한 채 중력에 저항하며 곧게 서 있었습니다.
'마음이 몸을 아프게 하는 걸까'
한없이 가라앉던 그 시기에 무거운 호흡은 척추를 아래로 끌어당겼습니다. 무엇이든 싫다고만 하던 나를 친구들은 '어둠의 자식'이라고 불렀습니다.
엄마가 병원 다음에 데리고 간 곳은 다다미 바닥으로 덮여있던 작은 요가원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마스떼"하고 인사했습니다. 창문을 통과한 따뜻한 빛이 바닥에 온기를 만들고, 짚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다다미는 숨을 쉬듯 포근했습니다.
수련 때마다 선생님은 요가가 무엇인지, 사람에게는 일곱 개의 눈(차크라)이 있으며 흐르는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앳된 학생이었던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차원의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아사나를 끝내고 사바사나 시간이 되면 코에서 나팔을 불며 리듬을 맞추었습니다. 선생님이 하는 어려운 말은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한숨 푹 자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래도 요가원을 다녀오면 아팠던 목과 무거웠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 말랑해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해도 숨을 쉬러 꾸준히 요가원을 향했습니다.
한참 뒤 요가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자 그제야 선생님이 해준 그 이야기들이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에 닿은 발바닥에 감촉이 또렷해지고, 땅을 밀고 있는 다리의 힘이 느껴지던 순간, 호흡이 아지랑이처럼 온몸에 퍼져나갈 때, 그때는 알아듣지 못했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과거를 거슬러 찾아왔습니다.
"그래, 그렇게!"
몸에 새겨진 따뜻함과 머리와 마음에 그려놓은 이야기들은 화석처럼 남아 마침내 그 흔적을 드러냈습니다. 무의식에 새겨 넣듯이 새겨진 자국들이 어느 순간 현재와 닿으며 새로운 나를 보여주었습니다.
바람이 가져온 흙, 물이 밀고 온 모래, 식물이 썩어 남긴 유기물은 서서히 쌓여 지층을 만듭니다.
자연이 시간을 품어 층을 이루어가듯 우리 삶 역시 작은 반복이 쌓여 저마다의 깊이를 드러내는지도 모릅니다. 반복은 습관을 만들고 이러한 습관이 삶의 층위를 형성합니다. 계속해서 우리는 세월 속에서 깎이고 쌓이며 삶의 그릇을 빗고 있습니다.
아프지말라고 엄마가 데려가 준 공간은 첫 번째 층이 되어주었습니다.
요가매트 위에 서서 숨을 내쉬며 자신에게 수련의 시작신호를 주었습니다. 호흡과 화음을 이루려고 노력하며 부드럽게 동작을 이어갔습니다. 한참동안 의식적으로 집중하며 한 동작 한 동작을 연결해 갔습니다. 어느 순간 호흡과 몸이 자연스레 움직임을 만들며 물 흐르듯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몸에 열기가 느껴지고 불필요한 긴장이 사라졌고 그 순간 머리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기어 다니는 아기처럼 엎드렸습니다.
손을 깍지 끼고 팔꿈치를 어깨너비만큼 벌려 완전한 삼각형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균형은 완전한 삼각형에서 나오니까요. 머리를 손바닥 쪽으로 가져가 정수리를 바닥에 무심히 놓고 팔꿈치가 발이 되도록 바닥을 지탱했습니다. 발끝을 눌러 무릎을 펴고 엉덩이가 머리인 듯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습니다.
발을 머리 가까이로 가져와 중심을 앞으로 가져갔습니다. 중심을 이동시키니 발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져 발을 바닥에서 들어 올려보았습니다. 성급했는지 무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끼어들고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아기자세로 엎드려 편안히 호흡을 했습니다.
다시 시도해 보았습니다. 바닥에 닿은 기반을 단단히 지키고, 마시는 숨으로 몸을 확장시키고, 내쉬는 숨으로 불필요한 긴장을 흘려보냈습니다. 중심을 옮기며 다리가 떠오르는 순간을 기다리자,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물이 흐르듯이 끊어짐 없이 감각에 집중하며 서서히 다리를 펴냈습니다. 멀리 한 점을 응시했습니다.
정수리 한 점에 가볍게 지구를 올려놓았습니다.
호흡은 자연스러웠고 의식적인 힘 없이도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에 찾아왔던 시끄러운 소리들이 어느 순간 멈추고, 애써 붙들고 있던 감각들도 조용히 물러갔습니다. 공간은 좁지만 광활했고 어둡지만 환했습니다. 어떤 생각도 발을 들이지 못하고 감정도 스며들지 못하는, 고요한 공간에 홀로 놓여 있었습니다.
그 자리가 바로 명상의 공간 안에 잠시 머물렀던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지독하게 고요한 그 순간, 의식이 끼어들며 두려움이 찾아왔습니다. 시끄러운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급격히 올라오며 모든 감각과 감정이 한순간에 몸을 장악했습니다.
성급하게 다리를 내리고 아기처럼 엎드려 숨을 몰아 쉬었습니다.
명상의 순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감정 하나.
그것은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찰나의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과 호흡이 하나가 될 때 어떤 의식도 필요 없는 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이제껏 앉아 호흡하면 그것이 명상이라 믿었고, 아사나를 하면서는 움직이는 명상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뿌듯해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요가책을 펼쳐놓고 ‘명상’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았습니다.
디야나(Dhyāna) - 명상
물이 그 용기에 따라 형태가 정해지는 것처럼, 사물을 깊이 생각할 때의 마음은 그 사물의 형태로 변형된다.
...
집중이라는 흐름이 방해받지 않을 때, 일어나는 상태가 디아나이다.
그의 육체, 호흡, 감각 기능, 마음, 이성, 자아는 그의 명상의 대상에 모두 통합된다. 이때에 그는 모든 것을 초월한 경지의 의식상태가 된다.
- 요가 디피카 p. 64-65
『요가수트라』
tatra pratyaya-ikatānatā dhyānam
다라나(집중)의 자리에서, 의식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하나로 이어지는 상태가 디야나이다.
tatra sthitau yatno ’bhyāsaḥ
흔들림 없는 상태를 이루기 위한 노력, 그게 수련이다.
sa tu dīrgha-kāla nairantarya satkāra-āsevitaḥ dṛḍha-bhūmiḥ
오랜 시간, 끊김 없이,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이어질 때 견고한 바탕이 된다.
나는 그날 머리물구나무서기(살람바 시르사아사나)를 하는 동안 스친 그 고요가 바로 “흐름의 지속”이라는 것을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디야나는 의식하지 않아도 집중의 상태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진정한 명상의 고요함은 나를 혼란스럽게 하던 많은 것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결국 그 감정마저 사라지게 합니다.
도망치지 않고 머무는 연습, 이것이 명상에 가까워지는 길이겠지요.
반복해서 수련을 하다 보면 찰나가 차곡히 쌓여 어느 순간 평온의 자리로 나를 데려다줄 것입니다.
원하는 곳에 닿으려면 먼저 나를 길들여야 합니다. 내게 요가는 스스로를 바라보고, 삶의 층위를 하나씩 쌓아가는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아쉬탕가 여덟 단계의 계단을 오른다는 것은 결국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일이며, 그 길 위에는 반복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평온의 순간을 쌓아가다 보면 마침내 “참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야마(도덕적 금계)는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불필요한 욕망을 내려놓은 일이고,
니야마(권장 규율)는 나의 내면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입니다.
아사나(자세)는 몸이라는 집을 단단히 세우는 과정이며,
프라나야마(호흡)는 몸과 마음이 서로 닿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줍니다.
프라티야하라(감각의 내향)을 통해 내면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게 되고,
다라나(집중)를 통해 의식적으로 집중의 자리를 마련하게 됩니다.
디야나(명상)에 이르면 노력하지 않아도 평화로운 상태로 머물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게 될 아쉬탕가 철학은 여덟 번째. <사마디(Samādhi) - 삼매>입니다.
아쉬탕가 철학의 최종단계로, 집중하는 ‘나’와 집중되는 ‘대상’이 모두 사라지고 존재 그 자체만 남는 상태라고 합니다.
말로는 설명되지만,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세계지요.
다음 시간에는 이 알 수 없는 미지의 단계, 삼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지혜를 추구하며 나아가는 과정이 철학이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삶은 조금씩 조화로워집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
고맙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아쉬탕가 철학의 여덟 번째 이야기
사마디(Samādhi) - 삼매
!!! 주의
본문의 머리물구나무서기(시르사아사나)는 수련 마지막에 충분히 몸이 이완된 상태에서만 시도해 주세요.
다칠 위험이 있으니 초보자는 준비자세까지만 안전하게 따라 하시길 바랍니다.
*** 이미지 Gemini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