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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by 고요한동산

최근에서야 일본소설 《인간실격》을 읽었다.

사회부적응, 자신을 갉아먹음, 현명하지 못함, 실패, 비겁함, 겁쟁이, 기생충, 어리석음, 거짓, 숨김

삶을 살아가면서 느꼈던 각종 부정어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이 이해되지 않으면서 너무나 절실히 이해되며 읽는 내내 짜증이 나면서 주인공을 소설 속에서 끄집어내 뒤통수 하나 갈겨주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거부하고 싶고 인정하기 싫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숨겨놓은 나의 모습을 들추는 느낌이랄까.

나이가 들면서 점점 광대처럼 살아간다.

사회가 무서워 그것을 숨기기 위해 기꺼이 광대가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20대가 되어 어른이라는 명찰을 달게 되었을 때 그 당혹스러움을 기억한다.

용기는 없으나 꿈은 있어 두려움과 설렘이 싸움을 벌였다. 막 어른이 되었을 때 겁쟁이라는 본성은 설렘을 누르고 방을 열고 나가 무기력한 발걸음으로 사회에 나섰다.

그리고 어리석음으로 무장한 채 무서운 현실에 속수무책으로 때려 맞으며 알에서 깨어났다.


지독한 갈증으로 꿈을 쫓아 다니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 말했었다.

"너를 이끌고 가는 것은 '화'의 힘이구나!"

그리고 그는 나를 화나게 했고 화의 힘으로 나를 이끌고 갔다.


꿈이라는 이름에 중독되어 제자리로 이끌어주는 등대 없이 나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하염없이 소모하고 나니 꿈이고 뭐고 내던지고 잔잔한 평화로운 호수에 쉬고 싶었다.


결국 휘몰아치는 파도를 벗어나 잔잔한 호수에 발 담그고 화의 힘을 빼고 잔잔히 호수에 떠서 그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꿈꾸던 저 바다너머는 거친 파도를 가진 바다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고 꿈이 있었던가 까마득하게 느껴지게 나이가 들고 있었다.


결국 성공이란 바다가 거칠든 휘몰아치든 건너고야 만 사람만이 가지는 것이었다.

파도에 휩쓸리다 빠져나와 먹은 물을 토해내고 뒤돌아 호수에 발만 담근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꿈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꿈꾸며 산 내 청춘이 아름다우나 꿈으로 남아 실패로 점찍으니 마음이 허망해져 축 가라앉을 때가 있다.


내가 바라보던 시선과 생각과 차곡차곡 쌓여가던 기억과 내 선택들이 그려놓은 내 인생의 그림은 순진함과 어리석음과 허상으로 그려져 있다.


20대 막바지일 때 "너는 앞으로의 목표가 뭐야?"하고 언니가 물었다.

" 언니는 목표가 뭔데" 하고 되물었었다.

"나는 3년 안에 1억을 모으는 거야"

(언니는 실제로 해냈다)

나는..

'완전한 배우가 되는 거야. 마음 맞는 배우 몇 명과 세계를 돌며 연기를 하는 게 내 꿈이야'

라고 말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확신하지 못하는 꿈의 목표는 입밖에 내지를 못한다.

완전한 배우라는 것은 나에게 '화'가 너를 움직이게 하는구나라고 말했던 사람의 목표였다. 그러니 속으로 삼킨 '완전한 배우가 되는 거야'라는 마음속 생각마저 나에게는 거짓이었다.

'마음 맞는 배우 몇 명과 세계를 돌며 연기를 하는 게 내 꿈이야' 이 마음은 정말 나의 꿈이었다.

그러나 내 주위에는 완전한 배우가 꿈인 그의 목표아래 자신도 완전한 배우가 되는 게 꿈이 되어버린 이들만 있었다. 자신의 꿈을 잃고 그의 꿈을 쫓아가는.. 이들..


엄마 나는 왜 이 모양인가요?

내 안에는 등대가 없나 봐요.

그저 쫓아가다 얻어맞고 도망 다니는 비겁자에 불가한가요?

꿈에 한참 두들겨 맞고 나는 작은북을 치지 못하고 실패한 소녀처럼 절망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그렇다 치더라도 진심으로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았다.

얼마 전 회사 대표가 "1년 동안 정만 열심히 했어요"라고 스스로를 평가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잘하는 게 중요하지"

요즘 자기 계발 서적을 보아도 대표가 이야기한 것과 같이 결국은 결과가 중요하다 말한다.

결과가 좋으면 말년이 편한 것은 맞다.

그러나 ..

결과로 인생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 많이 배우고 도전했다. 과거로 돌아간들 내가 다른 선택을 하겠는가?

판단력이 부족해 선택이 잘못되었던들 그 많은 경험치가 나를 만들었다.

나는내가 비겁자이며 실패자임을 알고 있다.

자기 자신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빨간 대문을 열고 과거를 들여다보니 다양한 이들과 보낸 시간이 나를 형성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현실에서 말하는 성공한 사람이 못되었다고 한들 내 인생이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현실의 잣대로 내 잣대를 이동시키게 되는 것이 슬프다. 내 안에 등대를 찾고 있다.

불을 밝혀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 등대를 찾는다면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이 아닌 진정한 성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를 곱씹으니

과거가 되어있구나


현재를 살고보니

미래가 왔구나


시간의 꽁무니 붙잡고

과거 속에 묻히니


사방을 둘러보니

시간이 흩어지는구나


시간에 올라 타자

꽁무니 붙잡고


시간에 올라 타자

운전대를 잡고


시간의 그림을 그리자

미래가 알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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