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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Oct 12. 2017

알랭드보통, <불안>

불안과 친구가 되는 법

알랭드보통, 불안


나는 개처럼 산다. 자연 재해 전 동물들이 육감을 발휘해 미리 현장을 피하듯이, 나는 모든 고민과 걱정과 불안을 떠 안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대비하는 병에 걸렸다. 너무 많은 파동에 노출되어 한껏 고조된 개의 육감처럼 나는 너무 예민하고 피곤하게 산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개처럼 살고 있다.


앞서 '행복을 철학하다'의 서평을 쓰면서, 나는 어느정도의 불안은 삶의 성장 동력이 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공진단도 많이 먹으면 체하는 법. 지나치면 좋지 않다.


이책은 한참 내가 인턴으로 재직할 당시, 허세 떠느라 옆구리에 끼고 다녔던 책이다. 사실 그 때도 불안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몇자 읽긴 했지만 내가 느끼는 일상에서의 불안을 해소시켜 주지는 못했다. 서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 책은 심리학 서적이 아님을 미리 명시해 둔다.


심리적 치유에 기댈 목적이라면 방법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사랑, 우정, 폭력, 성적, 취업 등으로 부터 발생하는 불안을 치유하거나 해소할 목적이라면, 이 책은 덮는게 나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나은 지위를 갖고자 자기 계발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당장의 성과가 손에 잡히지 않아 불안감을 느끼는 부지런한 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서론 - 우리는 왜 불행한가?


알랭 드 보통이 정의하는 불안은 '지위'로 부터 기인한 것이다. 금수저가 아니고서야 지위는 개인의 성취에 따른 것이며, 지위를 차지하고자 기울이는 노력은 언제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나보다 지위가 높은 남을 질투하거나 혹은 지금보다 더 낮은 지위로 떨어질까봐 걱정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불안은 지위에의 갈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불안은 더 높은 지위를 얻음으로써 해소 될 수 있다. 불행히도 실패하는 경우, 굴욕과 자괴감 그리고 존엄을 잃게 되는 것은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이 우리를 비통하게 만들기만 하느냐 하면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 불안은 성공에의 동기(Motivation)로써 작용한다.


알랭 드 보통은 양날의 검과 같은 불안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로써, 그것에 대한 이해와 논의가 가장 유익한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명제로 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불안의 원인과 그 해법에 대해 풍부한 사례와 깊이있는 설명을 제시한다.

 본론 - 불안의 원인과 그 해법


불안의 원인 


1. 사랑결핍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 주목받고, 존중받고, 애정을 받기 위해서 높은 지위를 갈구한다고 본다.
더이상 사랑은 질투심 많고 결함 많은 자들의 관심사가 아니라, 높은 지위를 얻고자 하는 확실한 동기가 된다고 주장한다. 


2. 속물근성
속물의 특징은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동일시 여긴다는 데에 있다.
저자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인용하여 지위에 따라 상대방의 태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한다.


따라서 속물들에 의해 본인의 가치를 평가절하 당하지 않기 위해, 나아가 타인에게 존경과 애정을 갈구하는 심리적 결과로 사람들은 높은 지위를 갖기 위해 불안에 떨게 된다는 것이다.
 
3. 기대
산업 혁명, 정치 혁명, 소비자 혁명은 물질적 진보의 속도를 가중시켰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유수의 백화점들이 문을 열고, 귀족 뿐만이 아니라 서민들에게도 양품을 소비할 권리가 있음을 널리 알렸다. 물질적으로는 만인이 평등해 졌으나, 또 한 번 지위에의 욕망이 꿈틀댔다.


이제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를 맛 보았으니, 높은 지위의 특권까지도 넘보게 되었다. 남들과 평등하거나 조금 앞서려는 욕망이 다시금 우리를 불안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4. 능력주의
물질적 진보로 인해 지위 상승의 기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계급 사회는 붕괴됐고,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능력만으로도 이루어 낼 수 있는 쾌거였다. 그러나 많이 가질수록 더욱 불안해 지는 법.


사람들은 이제 손에 쥔 것을 빼앗기거나, 더 낮은 지위로 물러나게 될까봐 불안과 근심으로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또한 개인의 능력이 부의 척도가 됨에 따라 능력없는 사람들은 예전 계급 사회의 하위 계층과 같은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단지 혈통에 따라 높은 지위를 보장받았던 옛날과는 달리 훨씬 더 합리적이고 정당성있는 능력주의 체제가 도래함에 따라, 능력자는 신부르주아로 칭송받으며 상대적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체제 속에서, 빈자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덤으로 떠안게 되었다. 


5. 불확실성
개인의 능력에 따라 부와 지위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내부적 요인(통제불가능한 재능) 외에도 외부적 환경(운, 고용의 안정성, 고용주의 재정기반, 세계 경제 등)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불안은 우리의 손을 떠났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에 의해 높은 지위로 향하는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불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해법

1. 철학
누군가에게서 나의 지위에 대한 공격을 받았을 때, 당연히 화가나야 정상이다. 그러나 철학을 바탕으로 단단한 이성을 길렀을 때는 '당나귀에 걷어차였다고 당나귀에게 화를 내야 옳은것이냐?'하고 감정을 통제하여 타인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철학은 종류에 따라 불안도 가끔은 필요한 것이라 말한다. 불안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인간의 능력일지도 모른다. 불안하기 때문에 더욱 안전에 신경쓰고, 능력을 계발하는 등 미래에 철저히 대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불안에 떠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아가 진정으로 두려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자문해보는 과정을 통해 불안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즉, 이성을 사용하여 감정을 적절한 목표로 이끌어 나가라는 것이다. 


+ 지적인 염세주의
염세주의는 자기 방어나 오만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앞서 불안은 상대적인 지위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또한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쓰느라(속물 주의) 더욱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유명한 염세주의자인 쇼펜하우어는 고작 피상적인 사고를 하며 좁은 시야를 가진 감정적인 타인이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 때문에 자신의 사고방식을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심했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지성, 도덕, 이성, 윤리를 가진 사람이 되려면 고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분별력 있는 사람은 타인의 결함을 쉽게 알아차리므로, 그들과의 관계에서 흥미를 갖지 못하고 오히려 경멸하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외로움과 천박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으며 젊은이들이 더욱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한 이성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비난에도 감정통제를 하여, 불안해하기보다는 자기 수양에 몰두한다는 다른 철학가들의 의견과도 일맥상통한다. 


2. 예술
예술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저자는 예술작품을 예시로 들며 그 대답을 대신한다.


소설, 그림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작가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를 알기쉽게 풀어 놓았고, 속물주의에 대해서는 냉담하게 비판하며, 상류층보다는 하류 인생에서, 뛰어난 인물보다는 우리와 같은 서민의 삶에서 익숙함과 편안함을 찾을 수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 여기서 우리는 지위와 불안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술작품으로부터 평범한 삶에서도 기쁨과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지위에 덜 연연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불안감 해소로 이어져 예술이 꽤 쓸모있다는 것을 입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비극은 높은 지위(행복)에 있던 주인공이 몰락하며 겪는 실패나 패배에 대해 그리고 있어, 독자들이 미래에 있을 나쁜 일에 대해 선행학습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함으로써 현실에서 받을 충격을 완화시켜준다.


또한 희극은 지위에의 저항을 조금 더 유머러스하게 바꾸어 주었다. 높은 지위의 사람들을 향한 시기와 질투, 혹은 비판과 비난은 희극 안에서 유머로 재탄생 하여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 준다. 지위에의 근심이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나면 그동안 자신들을 괴롭힌 불안감에 대해 위로를 받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당대의 현실을 반영한 예술 작품은 우리들의 편협한 시각을 교정하여 타인에 대한 시선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감수성과 감정을 되살려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함과 동시에 슬픔과 웃음을 통해 도덕적 균형을 바로 잡아 준다.
요컨대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예술 작품들은 우리가 삶을 바르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고로, 예술은 곧 삶의 비평이라 할 수 있다. 


3. 정치
사회마다, 시대에 따라, 국가에 따라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자격은 다채로운 양상을 띈다: 신체적 우위, 권력, 경제력, 지성, 도덕 등 지위를 결정짓는 특성은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서 '정치'라는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지위의 변화는 보통 투표, 파업, 전쟁, 또는 문화적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관념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어진 신념이나 뿌리 깊은 공동체적 관념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성별, 계급, 인종 등 시대별로 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관념들은 꾸준한 지적 활동을 통한 인식의 변화, 또는 피를 흘리는 충돌을 통해 서서히 변화되어 왔다. 바꾸어 말하면, 피지배자들이 지배자들의 권위에 도전하여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위를 얻고자 하는 불안감은 피지배자에서 지배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사회든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나누어진다는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환벽하게 탈피할 수는 없다.


그나마 정치적 관념이 항상 변화하고 있음을 인지하여, 지위에의 불안에 접근하는 유용한 방법등을 배운다면, 피해의식, 수동적 태도, 혼란 등으로 대표되는 지위에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줄여볼 수 있을 것이다.


4. 기독교
- 죽음: 사람은 모두 죽는다. 죽음 앞에서는 지위, 명예, 부 모두 쓸모없는 것이다. 아무리 유명한 인물이라 할 지라도, 한평생 구걸로 버텨온 거리의 노숙인과 마찬가지로 죽고나면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명사의 죽음 앞에서, 지위에의 불안과 열등감으로 괴로워 하던 사람들은 잠시나마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 수 있다.


천년의 관점에서 보면, 누가 얼마나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죽음은 비극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유한한 생명을 갖고 살아간다는 점을 알려줌과 동시에 짧은 인생을 욕망과 불안에 빠져 아등바등 살아갈 필요 또한 없음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 공동체: 기독교적 사고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신의 사랑으로 빚은 아름다운 피조물이며 모두가 귀중하고 존엄한 존재라서, 높은 지위나 계급 또는 부를 가지지 못한 사람이라도 똑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독교적 공동체 안에서는 굳이 지위를 얻기 위해 불안에 떨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신의 안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세속적 지위보다는 영적 지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수 또한 갈릴리 출신의 가난한 목수아니었던가! 그들은 영적 지위의 우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그림, 문학, 음악, 건축 등의 예술작품을 이용하여 물질적 성공보다는 내면의 가치의 성숙을 일깨우려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현재 지상의 거처 보다는 내세에서 누릴 경이의 상징으로써 예술작품과 성당의 웅장한 높은 천장, 그리고 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영적 성장을 거듭하게 되었다.


5. 보헤미아
세속적 지위의 최정상에 있는 부르조아는 허례허식과 허영의 상징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흔히 집시로 많이 알려진 보헤미안들은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그들만의 윤리적 양심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예술, 정치, 철학 등으로 가득한 내적 풍요를 표방했다.


따라서 그들은 속세에서 사람들은 흔히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로 구분짓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실패를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다양한 결과를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꼭 약사나 판사가 되지 않더라도, 설령 그것이 다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가치라 할지라도 성공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라고 주장했다.


 결론 - 불안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과 지위의 상관관계에 대해 역설하며, 지위에의 욕구가 결국은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대한 해법으로 내면의 성숙을 강조했다. 결국 정치, 예술, 종교, 사상적 접근을 통해 설명하려고 했던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나, 욕심에 흔들리지 말고 다방면에서 지성을 쌓고 건전한 가치관을 확립하여 마음의 평정을 찾으라는 것이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큰 사람은 성공하고자 하는 야망을 갖게 된다. 그들이 원하는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러한 과정에서 생기는 불안한 심리는 당연한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은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은 성공으로 가기위한 성장동력이며, 성공하기위한 필수 요소다. 또한 순수한 열망을 지닌 자들의 특권으로써, 당신이 살아있고 깨어있다는 증거이므로 불안을 느끼는 것을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불안해 해야 할 쪽은 불안을 못느끼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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