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던 한 철학자의 이유있는 항변
오해받는 니체
어쩌면 니체를 좋아한다는 것은 시대가 지나갔기에 내뱉을 수 있는 용감한 고백일지도 모른다. 불안한 시대에 더욱 각광받는 실용 철학은 때때로 니체가 파시즘의 정신적 지주 쯤으로 여겨졌던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60년대, 그리고 80년대를 거쳐 밀레니엄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불안한 시대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점은 단 하나, 바로 파시즘의 몰락이다.
그렇기에 요즘, 나는 당당히 니체를 읽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오독되는 니체
그러나 니체는 파시즘이니 국수주의니 엘리티시즘이니 하는 극우주의와는 거리가 먼 철학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그는 안정된 사회에 안주하고 노력없이 사는 '최후의 인간'을 배격하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며 창의적인 인간 유형인 '위버멘쉬'라는 사상을 주창한다.
니체는 이렇게 국가나 신에 기댄 노예 근성을 비판하고 주인적 존재로서의 개인을 배양하기 위해 다소 독설처럼 들리는 실험적 문체까지 이용하면서 사람들을 계몽시키려고 했다.
그렇다면 독설가라는 오명을 쓰고서라도 니체가 이르고자 하는 궁극적 이상향은 무엇일까.
바로 웃고 노래하며 춤추는 디오니소스적 '긍정적인 인간'이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니체의 면모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니체의 지혜
<니체의 지혜>는 니체가 출간했던 여러 작품 중 의미있는 구절을 추려, 13개의 장으로 나누어 놓은 니체 다이제스트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임의대로 13개의 장 중 절반은 인간에 대한 것, 그리고 나머지는 앎(지식)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 보았다.
'인간'에 대한 내용을 담은 6개의 장은 '자기', '인간', '신', '사랑', '놀이', '우정'의 키워드로 간추려 볼 수 있다.
나머지 7개의 장은 '앎'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담고 있는데, '도덕', '일', '지혜', '진리', '책과 글쓰기', '정신', '건강' 등 다소 추상적인 가치들로 이루어져 있다.
편의상 여러 주제로 분류되어 있지만 니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바로 자기(self)를 세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양심과 윤리에 입각한 자신의 견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자기만의 길을 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므로 오직 소수만이 자기만의 삶을 산다고 하였다. 보통의 존재들은 고립되는 것이 두려워 사회와 타협하고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가치를 따르기도 한다면서.
즉 최후의 인간은 도처에 깔려 있으며 위버멘쉬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니, 자신을 가까이 하여 소수만이 걷는 자신의 길을 걸으라고 말한다.
글은 간결하지만 느끼는 것이 많은 책이라, 페이지가 메모로 가득하다. 니체는 자기(self)가 바로 선 개인을 이상적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혼자'가 각광받는 현대 사회에서 고립된 인간이 어떻게 최대한 즐겁고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한 번 쯤 읽어 보아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