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숲에서

가슴으로 살 수 있는가

by 고요정

<삶의 깊이에 대한 자문>

오래전 노트 귀퉁이에 적어두었던 질문이 다시 나를 찾아왔습니다. "가슴으로 살 수 있는가." 우리는 흔히 머리로 계산하고, 손익을 따지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산다는 건, 어쩌면 계산기를 내려놓고 펄떡이는 심장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일일지 모릅니다.

더 나아가 묻습니다. "뼛 속에서 우러난 골수를 나눌 수 있는가." 이것은 단순한 나눔이 아닙니다. 나의 가장 깊은 곳, 나의 생명을 생성하는 그 근원을 퍼내어 누군가에게 건네는 행위입니다. 겉핥기식의 위로가 아닌, 내 존재의 밑바닥을 긁어내어 보여주는 처절한 진심. 과연 나는 그토록 투명하고도 고통스러운 사랑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다시 작아지지만, 그래도 이 화두를 놓지 않으려 합니다.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로, 흉내가 아닌 본질로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남김없이 준다는 것>

가슴으로 살 수 있는가

머리가 아닌, 뜨거움만으로

하루를 온전히 태울 수 있는가


뼛속 깊은 어둠 속

고요히 고인 골수를

그대, 타인을 위해 나눌 수 있는가


살점 하나 떼어주는 연민이 아니다

피 한 방울 흘려주는 동정이 아니다

나를 지탱하던 가장 깊은 기둥을 허물어

누군가의 집이 되어주는 일

그 아득한 통증을 견디며

나는 과연,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