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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 Apr 20. 2024

아무것도 없는 초보작가 출간기 1편

투고 편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그 흔한 SNS나 블로그도 없었다. 책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글을 올려본다는 브런치에도 글 한번 올려본 적이 없었다. 나는 유명인도 아니고 특정분야 전문가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쌩초보'였다. 업무상 회사에서 글을 자주 쓴다지만 내가 쓰려는 에세이와는 거리가 먼 딱딱한 정보 위주의 글이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내 책을 내고 싶었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쓰는 이 글이 책이 될지 아닐지도 모르는 채.  


*이 글은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받는 아이였다>(클랩북스, 2024)를 쓰고 출간하기까지의 전 과정(2023.4~2024.4)에 대한 글입니다. 책을 내고 싶은 분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 쓰는 글인 만큼 최대한 담백하고 간결하게 씁니다.




처음 글을 쓴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계속해서 글을 써왔다. 일기가 되었든, 독후감이 되었든, 에세이가 되었든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쓰고 또 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회사에서도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었다. 매일 남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다 보니 내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어졌다.


내가 처음 '투고(출판사에 출간기획서와 원고를 보내 출판을 요청하는 것)'라는 걸 해본 건 2010년이었다. 여행에세이를 내고 싶어 몇 군데 출판사에 출간기획서와 원고 세 꼭지 정도를 메일로 보냈었다. 신기하게도 한 군데서 연락을 받았다. 내가 제일 책을 내고 싶었던, 당시에 여행에세이로 엄청나게 히트를 치고 있던 출판사였다. 출판사 에디터님과 대학로 어딘가 카페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내 글이 마음에 들지만, 원고 분량이 너무 적어서, 여행지가 당시 인기 있는 여행지가 아니라서(네팔과 인도였다), 내가 유명인이 아니라서 고민이 된다던 그 에디터님은 결국 계약 불가를 알려왔다. 세 권의 노트에 빼곡하게 적혀 있던 내 여행에세이는 그렇게 맥없이 서랍 속에 갇혀버렸다. 바이바이!


이후로 책을 내겠다는 생각은 있어도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13년이 지났다. 13년이라니!  이렇게 쓰고도 믿어지지 않게 긴 세월이다.   


2023년 4월, 다시 책을 내기로 마음 먹었다. 사이 나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고, 이직을 했고, 상담심리대학원에 들어가서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내 인생의 모든 중요한 일들은 30대에 일어났다. 차곡차곡 쌓인 경험들은 내 안에서 무르익었다. 물론 슬픈 일도 있었다. 아빠와 동생이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커다란 상실이었다. 상실의 고통을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건 내가 내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익숙한 방법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렇게 모인 글들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만난 것이 블로그 이웃인 권주리 작가님의 '좋아서 하는 책쓰기' 과정이었다. 출판사에 투고하는 걸 목표로 총 12편의 글을 완성해보는 이 과정은, 출간의 전 과정을 소개하고 각자가 원하는 주제로 매주 1편씩 글을 써서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온라인(ZOOM) 모임이었다. 가진 건 성실함밖에 없는 나는 한주도 빼먹지 않고 12편의 글을 써냈다. 그리고 과정이 끝난 7월 드디어 투고를 하게 되었다! 투고는 누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각자가 알아서 하는 거였다.


직접 쓴 출간기획서(A4 2장 분량)와 원고 12편(당시엔 책 한 권 분량의 1/2라고 믿었던)을 출판사 33곳에 이메일로 발송했다. 한 번에 다 보낸 건 아니고, 한 주에 11곳씩 보냈다. 주말에 보내되, 각 출판사 에디터님들이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열어볼 수 있도록 예약발송을 했다.


출판사 이메일은 두가지 방법으로 수집했다. (1) 예스 24 온라인서점에서 비슷한 카테고리의 책(한국에세이)을 찾아낸 다음 '미리보기' 메뉴의 앞페이지나 뒷페이지에 나와 있는 출판사 이메일을 적거나 (2) 오프라인 대형서점에서 유사한 주제의 책을 낸 출판사의 이메일을 적었다. 대형 출판사일수록 투고 메일이 많아서 검토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기 때문에 큰 곳부터 먼저 보내고 나중에 작은 곳에 보내는 식으로 차례차례 보냈다.


출판사는 투고 메일을 받고 이 사람이다 싶을 때 곧바로 연락을 한다고 한다. 메일을 확인하는 시기에 따라 빠르면 당일 연락을 하기도 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연락을 하기도 한다는데, 역시나 내게 그런 감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도 출판사 입장에선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쌩초보가, 블로그 이웃도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유튜브 구독자도 없이 책을 내겠다고 원고를 들이미니 눈여겨보지 않았을 것 같다. 게다가 그 쌩초보는 전문가도 아니면서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 진지한 에세이를 내고 싶다는 것이다.


투고를 하던 그 한달 간 나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올 때마다 다 받았다. 물론 받으면 다 스팸전화였다. 받고 실망하고 받고 실망하고를 반복했다. 메일함에는 '보내주신 원고는 저희 회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 않아~'로 이어지는 출간 거절 메일이 쌓여갔다. 차라리 거절 메일이라도 보내주면 다행이었다. '수신 확인'으로 들어가보면 한달이 지나도록 내 메일을 안 열어본 출판사도 꽤 있었다. 매일같이 포털에서 '투고 후기'라고 검색해보며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아보려고 애썼다. 드물게 한달 지나고도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희망고문만 당하다가 끝나겠지 싶던 어느날, 메일함에 딱 1통의 메일이 와있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전화가 아니라 메일이었다. 그것도 당장 계약하자는 게 아니라 '일단 만나보자'는 메일.


*2. 계약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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