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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Mar 23. 2022

둘째를 낳을까 말까 하신다면..

5년 참으니 잘 낳았다 싶네요

'애 하나 낳을까 말까?'인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둘째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나의 둘째 아이에 대한 사랑을 기록하기엔 이만한 주제가 없다. 솔직히 우리 부부는 '당연히' 둘째를 계획했다. 남편은 삼 남매 중 둘째, 나는 세 자매 중 막내로 자랐다. 성별에 관계없이 형제의 존재가 얼마나 삶에 위로와 지지가 되는지 알기에 "자녀 계획은 무조건 둘"이라는 것에 합의했다.


"둘째들은 다 그런가 봐~"라는 말을 해 보거나 들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 세상의 많은 (어린) 둘째들은 사교성이 남다르고 활발하며 목소리가 크고 흥부자에 애교쟁이,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와 판이하게 다른 외양과 성격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애교와 앙탈은 나름의 생존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미울 때도 많지만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그런 캐릭터다.


이만큼만 크면 둘 키우기 수월합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특히 워킹맘들이 '둘째를 낳을까 말까?'는 고민에 대해 여러 번 물어왔다. 이미 둘째를 낳아 키우고 있었던 내게 물으면 현실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사실 자녀계획에 대한 어마어마한 고민에 대해 가족이 아닌 제삼자의 의견은 의미가 없다. 가정 내 경제상황이나 가치관, 유전적인 요인 등 많은 부분을 다 알지 못하기에 "낳아라 마라"에 대한 조언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나는 맘카페에 올리는 댓글처럼 나의 단호한 의견을 제시했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관되지 않았던 나의 답변을 돌이켜보며 이제야 결론을 내리게 되었음이 아쉬울 뿐이다.  


둘째를 낳은 첫 1년 동안은 같은 질문을 해 오는 사람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 하나만 잘 키워. 진짜 힘들어."


아이가 2살이 되었을 무렵, 좋은 말이 들어가지만 결국은 반대로 마무리했다.


"글쎄. 반반 정도?

 귀엽고 이쁘긴 한데, 진짜 힘들어."


아이가 3살이 되었을 땐,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결국은 예쁘다고 마무리했다.


"이제 좀 말귀는 알아듣는데.

  에효. 완전 엄마 껌딱지야. 진짜 힘들어.

  근데 둘째가 애교쟁이라 또 진짜 귀엽긴 해~"


아이가 5살 정도 되고 나니, 그제야 아이가 온전히 예쁘게 느껴졌다.


"둘째가 진짜 이쁘다~

 진짜 애교가 철철 넘치고,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잖아.

 사교성은 어찌나 좋은지 어디 가서 기죽진 않을 것 같아. 기관 보내도 걱정이 안 된다니까~

 항상 첫째가 걱정이지, 둘째는 배우는 것도 빠르고 알아서 큰다~"


둘째가 6살이 되고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현재 8살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둘은 있어야 서로 놀지.

 진짜 둘 낳길 잘했어~ 하나였어봐. 내가 계속 놀아줘야 되잖아. 이제 좀 크니까 둘이 투닥거리면서도 러브러브 하면서 진짜 잘 놀아~"


둘째가 태어난 후 5년 이상이 되어서야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형제가 있는 것의 참된 의미를 제대로 깨달았다고 실토하고 있다. 결국 "둘째를 낳으라는 얘기네."라고 결론 내리라는 것이 아니다. 만약 "둘째를 가지는 게 좋을까요?"라고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질문을 한다면, 그 답변자가 둘째를 낳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거라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두 살 터울의 첫째와 둘째가 모두 딸이기에 지금의 만족감이 있다는 숨겨진 얘기도 지금 해야겠다. 하지만 성별이 달랐더라도 후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저 첫째에게 서로 의지할 형제자매가 있기를 바랐고, 함께 투닥거리다가도 애정을 느끼는 가장 가까운 동료가 있기를 바랐고, 가장 행복해야 할 유년시절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동지가 있기를 바랐다. 먼 훗날 부모가 세상을 떠나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장례식의 무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있기를 바랐다.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두 아이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시간적 소비는 자녀수에 따라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딩크족인 둘째 언니는 매년 해외여행을 다니고 부부 취미로 골프를 치고, 회사에선 인정받아 승승장구하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커리어우먼으로 살고 있다. 조카들 생일 선물로 10만 원은 기본이고, 문득 엄마가 제대로 된 반지가 없다며 다이아몬드 반지와 금반지를 한꺼번에 맞춰주는 부자 이모, 딸이 되었다.


첫째 언니는 '한 명만 낳아 잘 기르자' 주의로 아들 한 명을 키운다. 항상 유기농에 고급 식재료를 구입하며, 하루가 다르게 키가 크는 아이일 지라도 브랜드 옷과 신발, 물건들을 사 준다. '한 명이니까 해줄 수 있는 거 다 해 주는 거지.'라고 말한다.


내 아이들에게 들였던, 그리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들어갈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둘째 언니와 같은 소비는 할 수가 없다. 첫째 언니처럼 한 명에게 브랜드 옷을 사 줄 것을, 나는 두 명에게 보세 옷을 사 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일관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둘째를 낳길 정말 잘했다고 매일 생각해."


내가 감기몸살에 걸려 앓아눕자, 첫째는 간호사 모자를 만들어 쓰고 내 귀에 체온계를 꽂았다. 둘째는 주방 카트에 물과 컵과 자기가 먹으려고 아껴둔 젤리 한 봉지를 넣어 끌고 왔다. 둘이서 인형놀이를 하기 시작하면 두세 시간도 거뜬이라, 그럴 땐 남편과 둘이 동네 산책을 데이트 삼아 다녀오곤 했다. 둘째가 입학하니 먼저 학교 다닌 선배라고 첫째가 동생 손을 잡고 학교를 이리저리 구경시켜 준다. 둘째는 이 언니가 내 언니라며 친구들에게 또박또박 이름을 말하고 자랑했다. 무엇보다 학교 셔틀버스에서 둘이 같이 내려 씩씩하게 집까지 오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사람은 저마다 각자 다른 가치관이 있고 서로 다른 행복을 누리고 있다. 내 알지 못하는 남의 사정에 참견할 바는 아니지만, 둘째 키우는 거 생각보다 안 힘들다. 둘째 낳은 사람은 둘째 낳길 잘했다고, 셋째 낳은 사람은 또 셋째가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냐고 말한다. 할까 말까가 망설여질때는 하는 게 낫다. 두 아이를 키우는 우리 부부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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