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쓰는 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혹은 예일대 졸업생 중 3%만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글로 적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20년 후, 그 3%는 97%에 비해 무려 10배나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나 또한 한 미국 코치가 이 얘기를 하는 걸 들어봤다.
하지만 이 얘기는 하버드 사회심리학자인 Steven Kraus, 도미니칸 대학교 심리학 교수 Gail Matthews가 파헤쳐본 바에 의하면- 허구라고 한다. 그런 연구는 진행된 적이 없었다.
그래도 정말 이 얘기가 근거가 있는 얘긴가 싶어 Gail Matthews 교수는 아래 세 가지가 실제로 목표 달성률에 영향을 주는가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목표를 글로 쓰는 것 (Writing Goals)
목표지향적인 행동에 헌신하는 것 (committing to goal-directed actions)
그 행동에 책임지는 것 (being accountable for those actions)
149명의 23-72세, 여러 직군과 나라에 속하는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5개의 그룹 중 하나에 배정되었다.
그룹 1에는 앞으로 4주 동안 뭘 성취하고 싶은지 생각만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목표를 다음 항목에 따라 평가하도록 했다.
난이도
중요성
달성에 필요한 기술과 자원의 보유 여부
목표에 대한 헌신도와 동기 부여 수준
과거에 이 목표를 시도한 경험 여부
과거 성공 경험
그룹 2~5의 참가자들은 목표를 온라인 설문지에 직접 작성하고, 동일하게 위 항목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룹 3에게는 더 구체적인 실행 계획(Commitments)을 수립하도록 했고,
그룹 4에게는 자기를 지지해 주는 친구들에게 이를 공유하도록 했고,
그룹 5에게는 거기에 더해 주간 진행 상황을 간단하게라도 작성해서 친구들에게 공유하도록 했다. 이 그룹에 있는 참가자들에게는 매주 리마인더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4주 후에 참여자들 모두에게 진행 척도와 자신이 세운 목표가 어느 정도로 성취되었나 점수를 매겨보도록 했다.
그 결과-
목표를 직접 적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목표 달성률이 42%나 높았다. (4.28 vs 6.44)
목표를 적고, 친구에게 무엇을 할지 공유하고, 매주 진행 상황을 공유한 그룹은 목표를 작성하지 않은 그룹보다 79% 더 높은 성과를 냈다. (4.28 vs 7.66)
더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목표와 실행 계획만 적은 그룹(초록색)의 달성률이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이다. 실행을 뒷받침할 책임 구조(Accountability)가 없는 상태에서 계획만 세우는 건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목표를 이뤄가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자각이다. 그 사람에게 말한 것을 지키기 위해, 매주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발걸음을 계속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공유의 대상이 "그냥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이 실험에서는 'Supportive Friends', 즉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과 진행 상황을 나누는 게 조건이었다.
'어? 우리 조직에서는 주간 보고 매주 쓰는데도 별로 효과가 없던데.'
혹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단순히 목표를 쓰는 행위보다 그 목표가 어떤 환경에서 쓰이고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같은 목표라도 감시받는 '보고'와 지지받는 '공유'는 동기에서 실행까지 전혀 다른 흐름을 만든다. 물론 조직 내에서 '보고'의 성격은 없애기 어렵고, 없애서 안되기도 한다. 다만 '지지'의 분위기는 충분히 더할 수 있다.
'나는 너 성과뿐 아니라, 너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란다'는 그 시선 하나가 팀원에게는 강력한 내적 동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 목표를 이미 쓰고 보고하게 하고 있는 조직의 리더라면, '팀원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 번 돌아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목표는 기록할 때 살아나고, 공유할 때 움직임을 배운다.
나 또한 하반기 목표 세 가지를 매일 아침 글로 써는 요즘인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큰 차이를 느끼고 있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것들이 종이에 내려앉는 순간, 막연함이 사라지는 걸 경험하는 중이다. 그러던 와중 내가 느끼는 게 정말 입증된 효과일까 싶어 찾아본 자료인데- 코칭과 접목된 부분도 많아 유용한 자료라고 판단되어 인사이트와 함께 글을 적게 되었다.
물론 이 연구도 하나의 가설 입증일 뿐, 진리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내 코칭 고객님들께 왜 바라는 바를 적는 게 중요한지, 책임구조가 중요한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