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입장에서 가독성이 있는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드러나는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이 작업에는 작가 자신의 눈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책 쓰기 강의나 관련 책을 보면 교정/교열/윤문을 하라고 한다. 교정은 오탈자나 맞춤법, 띄어쓰기, 부호 등을 올바르게 고치는 것을 말하며, 교열은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수정하는 것이다. 윤문은 문장을 더 매끄럽고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작업이다. 신기하게도 몇 번이나 봤음에도 보이지 않던 오탈자나 반복어가 누군가의 눈엔 탁 하고 드러난다.
우리는 2인 이상이 같이 글과 그림을 배치한 원고를 보면서 검수 작업을 진행했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를 최대한 존중하여 싣는 것이다. 그리고 제삼자로서 봤을 때 보이는 오류나 불명확한 문장들은 같이 이야기했다. 당연히 원고를 수정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은 작가 본인이 했다.
검수 작업의 첫 번째로 맞춤법 검사를 다시 했다.
인디자인 작업 전에 맞춤법 검사를 했었다. 그런데 그림과 배치를 하다가 어색한 부분이나 제외 혹은 추가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워드 글을 복사해서 인디자인 파일에 붙여 넣기 할 때 빠뜨린 요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전체 글을 맞춤법 검사기로 검토하는 것이다.
그런데 맞춤법 검사기로 거르지 못한 것도 있다. 띄어쓰기를 잘못해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데도, 각 단어가 존재해 그대로 검사를 통과한 것들이다. 독백이라 작은따옴표(')가 들어가야 하는데 무심코 대화형 같은 큰따옴표(")가 들어간 경우, 쉼표와 마침표, 느낌표와 물음표 등 문장부호가 작가의 의도와 맞지 않게 들어가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검사기만 믿지 말고, 나도 믿지 말고, 다른 사람을 믿어야 한다.
두 번째로 직접 소리 내 읽어보며 어색하거나 불명확하거나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는 작업을 했다.
읽다 보면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처럼 글 안에 내가 너무 많은 경우가 있더라. 주어가 문장마다 반복되는 경우도 있고, 평서문인데 3인칭 시점이었다가 1인칭 시점이었다가 섞여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타깃독자가 읽었을 때 탁 하고 걸리는 어려운 단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땐 쉬운 말로 대체하거나 상황과 분위기상 꼭 필요한 단어라면 아래 여백에 각주를 달았다.
세 번째, 줄 바꿈과 텍스트 정렬로 메시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책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있다. 주제가 잘 드러나는 단락이나 그림이 있는데, 그 페이지는 몇 번을 다시 보고 여러 시도를 해봤다. 먼저 줄 바꿈의 위력은 생각보다 크다. 쭉~ 나열된 문장들을 엔터만 몇 번 쳐줘도 메시지와 분위기가 살아난다.
한 책에는 아이가 새끼 고양이에게 말을 계속 걸면서 다가가려는 장면이 있는데, 쭉 나열되어 있던 짧은 문장들을 하나씩 다 끊어 세로로 줄을 세웠다. 그랬더니 답이 없는 고양이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려는 아이의 노력이 더 잘 보였다.
텍스트 정렬도 또 하나의 그림 효과처럼 느껴졌다. 한 텍스트 프레임 내에서 왼쪽, 가운데, 오른쪽 정렬을 사용해 분위기의 흐름, 변화를 보여줄 수도 있었다. 이리저리 텍스트 프레임을 옮기다 어느 순간 그림과 조화롭게 느껴지는 지점에 딱 마우스를 놓는 순간! 왠지 모를 희열까지 느껴지더라.
사실 검수 작업에서 매뉴얼은 없었다. 소리 내어 읽어 보고, 취지를 공유하고, 그 상황에 공감하다 보니 저절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맞춤법 검사를 하면서 '내가 한국인이 맞나?' 반성도 해 보고, 작가의 마음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아이디어가 나오면 하이파이브하고 끌어안으며 같이 기뻐했다.
우리 모두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저 동료 작가의 이야기가 온전히 독자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은 매우 깊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누군가의 빨간펜이 아니라, 애정 어린 마음을 주고받은 작업이었다. 조금 서툴러도 할 수 있는 만큼 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 Photo by Scott Graham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