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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Jan 26. 2022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4단계

시간이 약이다

나처럼 힘든 직장인도 많고 나보다 더 힘든 워킹맘도 많다. 하지만 그저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나 힘들어요~'를 표정으로 눈빛으로 막 티 낸다. 너무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라 철학관에 가서 사주도 보고, 유명한 타로전문가에게 타로도 보고, 임상심리전문가에게 상담도 받았다. 그런데 역시 시간이 약인가. 무수히 나의 앞날을 고민하던 일 년이 지났다. 나를 둘러싼 상황이 변하지는 않았는데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그제야 이제 정신 차릴 때가 된 건가 싶더라.


회사의 중간관리자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으로서, 장남의 며느리로서, 기타 등등 사회적 역할들이 어깨 위에 얹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나를 참 대단하다고, 긍정 에너지의 최고봉이라고 칭찬해 줬다. 나도 나름 스스로 열심히 잘 채워가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너무 많은 책임감에 휩싸이면서 모두 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좌절감에 흠뻑 취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들고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가 모토였던 나인데, 도저히 긍정적인 인식의 전환이 되지 않는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나, 토닥임이 필요한가?>


막 힘들어지기 시작했을 때, 매일같이 들었던 노래가 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이 노래로 위로가 된다면 그저 토닥임과 인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힘들어서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 노래가 귓등에도 들어오지 않더라. 아픈 기억들, 과거이든 현재든 그냥 내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면, 대한민국 언어로 세계 의학용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다는 화병이 터질 것 같았다. 이럴 땐 그냥 잠자는 게 제일 좋다. 토닥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동굴에 숨고 싶은 시기다. 그러면 잠깐 좀 숨으면 된다. 가족 눈치 보지 말고 상사 눈치 보지 말고. 그렇다고 막 가출하고 무단결근하고 그러면 안 된다. 우린 지성인이니까 그냥 내가 좀 힘드니 좀 쉬고 싶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된다. 그들도 느낌 아니까.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한가?>


나는 당분간의 휴식이 필요했다. 정말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여수 앞바다 카페에 있을 때에야 내 숨소리가 들렸다. 항상 좋은 말을 해 주던 친한 지인이 아닌, 책임감으로 둘러싸인 가족도 아닌, 그냥 나를 잘 모르는 심리상담사의 '참 열심히 사셨네요'라는 한 마디만 머릿속에 박혔다.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아온 나의 숨소리가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내가 이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새로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내가 나의 존재를 느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적한 곳에서 홀로 멍 때리는 것이 최고다.




<내 물안경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나?>


걱정, 스트레스, 불안, 우울, 자존감 회복 등의 키워드들로 유튜브를 검색해 강연을 듣고, 관련 책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나처럼 힘든 사람이 많구나. 그러니 나도 힘을 내야지!' 하는 상대적 비교에 의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어떤 감정상 태인지, 내가 가진 문제가 어떤 종류에 해당되는지, 그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또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이 정도면 그나마 내 물안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의지가 생긴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가. 다시 움직일 에너지가 생긴 것이다.


내가 힘든 내 시야에서만 바라보면 난 정말 세상에서, 우주에서 가장 힘들고 아픈 사람이다. 나만 말이다.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찾다 보면, 내 물안경에서 조금 떨어져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위로받을 만큼 받았으면, 이제 움직여야 되지 않나?>


나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특강 연사들이, 심리학 및 자기 계발 책들이 지지적 피드백을 해 주었다. 위로가 되어 주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 넌 그 자체로 소중하다, 적당히 개인주의/ 이기주의자가 되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쿨하게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심리적 위안을 받았다. 자존감도 조금 올라간 것 같다.


그런데 지지적 피드백은 '넌 할 수 있어!'라고는 외쳐 주지만, "어떻게?"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기는 어렵다. 물론 그만큼 남의 인생에 등장한 다양한 상황에서의 걱정거리를 대신 해결해주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를 밑바닥까지 쓰고 보니, 위로받을 만큼 받았다면 이제 그 힘을 얻어 내가 해결에 나설 때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움직일 때다.

"I'm waiting for the right moment"


내가 움직여볼 힘이 조금은 다시 생긴 그 적당한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조금 더 강한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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