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생각할 에너지가 생겼나 보다. 나를 둘러싼 상황들에 대한 불평에서 '나'로 초점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를 중심으로 모든 생각이 돌아가니, 갑자기 '나'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역할에 치여 가려두었던 '나'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취업준비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던 13년 전 이후, 오랜만에 '나'를 밖으로 꺼내놓고 바라봤다.
단순히 지금의 나에 대해 감정적으로 바라보면 답이 안 나온다. '지금 나 이대로 괜찮은가?'라고 멋있지만 어딘가 어설픈 질문을 하면 나의 대답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지금의 내가 좋았다가 마음에 안 들었다가, 이 일이 의미 있다가 또 의미가 없는 것도 같다가. 결국 이랬다가 저랬다가 가을 갈대처럼 마음이 바뀌기도 수십 번. 그렇게 또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아이 유치원 선생님과 상담할 때는 우리 애는 어쩌고요 저쩌고요 참 속속들이 전하면서 정작 나에 대해 물으니 나를 소개할 수가 없다.
그동안 나름대로 자기 인식과 성찰을 많이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인식하는 그 상황과 시점에 따라 의미 여부가 결정되었던 것 같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그동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실시했던 여러 진단 결과들을 다시 들춰보기도 하고, 새로운 진단검사를 해 보기도 하고, 또 새롭게 정의 내리기도 하면서 '나'에 대한 것을 종합해 보았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진단도구를 하나씩 이용해 검사 결과를 볼 때는, 그냥 '내가 이렇구나! 뭐 검사할 때마다 바뀌겠지.' 했다. 그런데 그동안 실시했던 시공간과 상황의 차이가 있는 진단 결과를 한눈에 보니 뭔가 연결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교육학 석사 논문에 왜 굳이 '혁신적 업무 행동'이라는 변인을 넣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진단 결과들을 연결해 보면 나는 이런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하여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 관리능력
개개인의 존중하고 공감하는 대인관계 능력
나 이대로도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해 주는 결과물이다. 지자랑이라고 느낄 필요는 없다. 그냥 '긍정적 자기 인식'정도로 인정해 주면 좋을 것 같다.
결국 나에 대한 결론은 '일'이다. 나에게 이런 일 욕심이 있어서 그렇게 인정받지도 못할 직무 외 업무를 기꺼이 했던 거였구나. 나에게 이런 성장 욕심이 있어서 그렇게 눈치 보며 야간에 특수대학원을 다녔던 거구나. 힘듬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나는 직무를 바꿔볼까, 직장을 옮길까 고민하고 있는 거구나.
모두에게는 강점이 있고, 특성이 있고, 능력이 있다. 워킹맘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인식이 강한 사람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한 지 깨달은 사람은, 그것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했으면 좋겠다.
워킹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