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은 어디든 설레는 법

by 고영이



첫 출근날은 화요일이었다.

딱히 하는 일은 없지만 재직 기간 중 제일 피곤한 하루를 보내게 되는 날.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경직된 자세로 귀를 활짝 열고 한 마디라도 더 관찰하고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거의 대부분이었던 하루였는데, 퇴근 30분 전이 되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우르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옆자리 사람이 헛기침을 해도 신경이 쓰이는 신입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리둥절했다. 엉거주춤하며 파도타기에 휩쓸리듯 따라 일어났는데, 제각기 뿔뿔이 흩어지더니 창문을 열고 휴지통을 비우고 물걸레를 빨아오는 게 아닌가. 1분 전의 적막을 한 번에 깨는 위이잉- 진공청소기 소리와 모든 소음을 찢고 들어오는 깡깡 캔 소리. 1분 만에 사무실 분위기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무도 나에게 지시를 주지 않아 외딴섬처럼 서있다가 제일 가까이에 있던 직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청소는 선착순이에요. 남은 거 아무거나 찾아서 하면 돼요."


어디 보자… 청소 도구 중에 여분이 많은 게 대걸레뿐인 것 같아 서둘러 하나를 빨아 분주한 사람들 틈에 재빨리 섞여 들어갔다. 가만히 있는 내가 눈에 띄지 않도록. 바닥을 열심히 문지른 지 30초쯤 지났을까, 저만치 서서 머리를 올려 묶고 안경을 쓴 여성 분이 날카롭게 외쳤다.

"고영님-! 거기 아직 안 쓸었어요!"


이제는 6개월 차 직원으로서 한 손으로는 청소기를 컨트롤하고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보는, 우리 집 같은 편안함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하자고 선창 하면서 일어난 적도 있다.)

복작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분리수거 봉투를 묶다 보면 우리가 좀 귀여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기 싫은 귀찮은 마음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찝찝한 마음이 뒤섞여 귀찮은 표정으로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이라니. 정해준 시간에 맞춰서 알아서 대청소를 하는 20대 초중반들. 너무 귀엽지 않나요?



첫 출근 며칠 후에 각 부서의 신입 직원들이 지하 스튜디오에 모였다.

집합의 목적은 신나는 사원증 사진 촬영. 사원증을 목에 처음 걸어보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을 박아주는 사원증, 심지어 증명사진이 아니라 45도 각도의 웨스트 샷을 박아주는 사원증은 처음이었다.

회사 스튜디오의 흰 벽을 배경으로 좌우로 눈부시게 때려대는 촬영 조명을 받으며 카메라 앞에 서니 은근히 떨렸다. 경직된 표정을 풀어주기 위한 경영지원팀 직원들의 우르르르 까꿍! 우쭈쭈를 받으며 돌잡이가 된 기분으로 포즈를 취했다. 내가 찍힐 때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을 찍는 모습을 보니 내 키(172) 보다 훨씬 큰 촬영용 조명 장비를 두 대씩이나 설치해 놓고 정작 촬영은 핸드폰 카메라로 하는 것이 굉장히 아이러니했다. (보정도 하나도 안 해주던데.)

배경 때문에 흰옷을 입지 말라고 미리 공지했음에도 기어이 흰 티를 입고와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너무 부끄러워한 나머지 직원들이 목각인형처럼 포즈를 정해준 사람도 있었으며 나는 우쭈쭈 주문에도 긴장을 풀지 못해 눈에 잔뜩 힘을 준 채로 만취한 사람처럼 나와버렸다.

음.

여기 참 내 스타일이다.



우리 회사의 최대 장점은 30대 중반의 젊은 임원진이다.

다들 나이가 많지 않다 보니 하나같이 대화가 잘 통하고 폭언이나 성희롱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칼 같다. (아멘!)

특히 가장 젊은 분위기를 내뿜는 건 단연 대표님인데, 대표님의 첫인상은 두꺼운 뿔테 안경에 통 넓은 바지를 펄럭이며 돌아다니는 멋쟁이였다. 대표님의 목소리는 짜증을 낼지언정 쌍욕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을 것 같은 날카로운 청량함이 있었다. 술자리를 싫어하는 대표님 덕분에 회식은 일절 없었고, 오히려 직원들이 임원진들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몰래 퇴근하고 삼삼오오 술자리를 갖고 있다. 술을 마시고 안 마시고를 떠나서 여기에선 점심 회식조차도 없었다. (할렐루야!)

최근에는 아침에 임원진들이 회사 인근 헬스장에 모여서 운동을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나는 우리 회사가 건전함과 후레쉬함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젊은 회사의 단점이라면, 아주 낮은 평균 연령 때문에 어딜 가도 나이로는 중하위권이었던 내가 팀에서 제일 연장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지져스!)

회사에 딱 하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부디 이 건전함과 후레쉬함을 잃지 말아 달라는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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