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정말 꼭 한 번쯤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 바로 레터링 케이크. 오로지 나만을 위해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고민이 담긴 주문 제작 케이크. 그게 너무나도 받고 싶다.
‘케이크 하면 고영이지.’
우리 친척들이라면 최소 한 번씩은 했던 말이다. 난 케이크를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단것을 좋아하는 입맛인 데다가 예쁜 케이크는 눈으로도 먹는 기분이라 두 배로 즐겁다. 저 아기자기하고 예쁜 걸 한 숟갈 떠서 입으로도 즐길 수 있다니. 케이크는 역시 아름답다.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에 과연 기분이 좋아지지 않고 배길 사람이 있을까. 아사 직전의 식이요법 다이어트를 강행하던 때에도 열심히 굶은 대가로 케이크 한 조각은 예외로 허용하곤 했으니 나는 정말 케이크를 사랑한다.
인스타에 신박하게 예쁜 케이크 사진을 보면 꼭 저장해둔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선물할 기회에 요긴하게 쓰기 위함이다. 그러고 보니 케이크 선물을 참 많이 했다. 아이돌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나왔다는 키치한 색감의 케이크, 생화와 물방울 젤리로 내추럴하게 꾸민 케이크, 어느 영화에 나온 비주얼과 똑같이 제작했다는 초콜릿 타르트까지. 열심히 사다 나를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나도 받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정작 29년간 케이크 선물을 받아본 적은 없다.
지나간 남자친구들을 원망해 보도록 한다. 총 4년 반의 과거 연애 기간 동안 어쩜 한 번도 케이크 선물을 할 생각을 못 했을까? 이렇게 쉬운 선택지가 어디 있다고. 자기가 케이크를 별로 안 좋아해서 다 못 먹을 것 같다며 기어이 조각 케이크를 사 오던 놈, 이름 없는 싸구려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빨간 바가지에 담긴 딸기를 사 와 원하는 만큼 잔뜩 올려먹으라고 주던 놈(돈이 아까워서겠지?), 아무 생각 없이 내가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러 가는 걸 졸졸 따라다녔던 놈까지. 그럼에도 지난날의 나는 고마워하는 척을 했다.
“우와~ (조각) 케이크다! 초 있어? 불 붙일까?”
“나 딸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계속 리필해서 먹어야지!”
하여튼 나는 너무 여려서 문제야.
레터링 케이크를 선물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 단, 내가 레터링 케이크를 원한다고 콕 집어 이야기하지 않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받(아내)는 선물만큼 애처로운 게 또 있을까? 레터링 케이크는 그냥 선물이 아니다. 내 취향을 파악하고 있음과 미적 감각, 선물 고르는 센스, 선물하는 기쁨을 이해하는 고운 심성 등등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내가 구태여 이야기하지 않아도 어느 날 레터링 케이크를 짠 하고 선물하는 남자. 그런 사람이라면 평생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