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에게 주어진 하루도, 계속하라는 응원이다

by 고유

나에게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새로움과 기대인 동시에 부담과 지루함이었다. 표지가 마음에 드는 예쁜 스케치북을 사는 것과 같았다. 깨끗한 첫 장부터 어떤 그림을 그릴까 설레면서도 어느 위치에서부터 점을 찍고 시작할지 머뭇거렸다. 대충 밑그림만 그렸을 뿐인데 기대와 달리 ‘망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바로 다음 장으로 넘겼다.


선 몇 번 그었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바로 넘겨버린 장으로만 채워진 스케치북. 더 이상 넘길 종이가 남아있지 않았을 때쯤, 다시 앞으로 돌아갔다.


어차피 많이 그려놓은 그림이 아니라, 거기에 어떤 그림을 그리던 다시 무언가를 그리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어떤 장에서는 거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어떤 장에서는 반쯤 그린 그림에서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다 보니 꼭 당장 완성할 이유도 없었고, 애초에 완벽할 수도 없었다. 누가 보기에 완벽해 보이지만 미완성작으로 남은 명화도 그렇듯이.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생기면 새로운 선을 그어 마치 더 큰 그림을 그리려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도 될 일이었다.


미완성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이라고 생각하자 모든 게 괜찮아졌다. 과정 속에서 사는 사람에게 시작은 응원이고, 끝나지 않는 기회였다.


오늘 당신에게 주어진 하루도, 계속하라는 응원이다.

keyword
이전 24화위로가 필요한 날을 견뎌본 사람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