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나면 연고를 바르고 필요에 따라 밴드를 덮어둔다. 그리고 나을 때까지 신경 쓰지 않으면 어느 순간 간지러운 딱지가 앉고, 언제 떨어졌는지도 모르게 사라진다. 나는 상처를 낫게 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상처에 온 신경을 쏟아 두 손으로 상처를 붙잡고 더 크게 벌려보곤 했다. 내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확인하며 나를 가여워했다.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며 내 힘든 이야기를 떠벌리기도 했다. 그래서 좀 나아졌느냐고?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때의 감정을 굳이 꺼내어 다시 느끼며 분노했고 좌절했다. 그럴수록 난 더 불쌍한 사람이 되었다. 꼭 불행을 부르는 의식을 치르는 사람 같았다. 내가 제 상처를 더 곪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엄마를 보면서였다.
엄마는 분명 힘겹게 살아왔고 그만큼 아픈 기억도 많았지만 상황이 나아진 뒤에도 지난 상처를 되뇌며 스스로 아프게 했다. ‘그 얘기 좀 그만해. 대체 언제까지 할 건데? 모든 게 다 그때 그 일 때문이라는 거야?’ 나의 날 선 외침은 엄마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었을 거다. 답답했다. 왜 자신을 불행 끝으로 몰아넣는지, 왜 현재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지난 기억을 자꾸 들춰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그렇게까지 엄마에게 화를 낸 건, 엄마에게서 나의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로 자기 연민은 거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상처를 다루는 내 방식은 조금 달라졌다.
1. 상처는 받지 않기로 한다.
-상처 주려는 사람과 상황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 말이 내 안에 머물게 하지 않을 결정은 내가 할 수 있다.
2. 흉터로 남긴다.
-상처의 흔적은 남지만, 흉터는 만져도 아프지 않다. 과거의 기억은 오늘의 내가 행복하기로 결정하는 것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3. 처방을 한다.
-어디가 얼만큼 아픈지 알아차리고, 어떻게 하면 그 상처가 괜찮아질 것 같은지 처방을 한다. 할 수 없는 건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걸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때까지 나을 시간을 주자.
금방 나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