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떠나도 끝까지 떠나지 않을 사람

by 고유

가장 가까운 관계는 때로 위태롭다. 상대가 너무 가까우면, 그 사람이 마치 내 그림자인 줄 안다. 내가 오른팔을 들면 당연히 상대도 오른팔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함께 움직여주길 기대하고, 그림자처럼 언제나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다 말을 듣지 않는 그림자에게 화가 나고, 때로는 서운해진다. 그때부터 관계는 슬퍼진다. 마치 달을 쫓듯 가까워지려 할수록 더 멀게 느껴지고, 그럴수록 외로움은 깊어진다. 내 그림자조차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하면서,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기대한다.


관계에 기대지 않으려면 나를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나’여야 한다. 왜 그런 쓸쓸한 모습으로 혼자 앉아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 모든 것들을 품고 이해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외로움은 고독이 되고, 관계가 옭아맸던 것들로부터 해방된다. 누군가가 나의 감정과 생각을 해결해 주길 바라지 않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홀가분한가.


자신을 속이지 않는 한, 내 그림자와의 대화에서는 애써 잘 보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며 쓸만한 말들만 골라내지 않아도 된다. 나 자신과 잘 지낼 줄 알게 되면 대부분의 관계도 좋아진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관계는 자동주행에 맡기는 편이 낫다)


모두가 떠나도 끝까지 떠나지 않을 사람은 결국 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나와 먼저 잘 지내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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