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에 쉽게 당황한다. 사실 지금도 ’내 나이가 34살? 아니 35살이었나?‘ 헷갈린다. 나이가 들면 나이를 잊고 살게 된다던데, 그러기엔 아직 젊은 편 아닌가? 그냥 건망증이 심하다고 해두자. 건망증이 심한 건 맞으니까.
오랜 친구를 만나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인 것 같다. 어렸을 때 아빠가 친구분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야~ 너 진짜 안 변했다. 그대로다, 그대로!’라고 말씀하시던 장면이 떠오른다. ‘안 변했다고? 말이 되나. 학생 같은 모습은 전혀 없는데..?’ 마음속으로 했던 생각이다.
내가 어른이 되어보니 정말 그렇다. 공부 말고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 학교 말고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 말고는 어릴 때와 달라진 게없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내 안의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어른이 되는 것?
그래서 난 어른인가. 10대에서 스무 살이 될 때, 어른이 될 줄 알았고 20대에서 서른 살이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엄마 생각에 울기도 하고 내 기분을 설명하다가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였는지, 스스로도 복잡해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일에 초연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그렇다면 난 어른이 되긴 글렀다. 난 여전히 쉽게 흔들리고 세상이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화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여전히 쉽게 감동하고 잘 울고, 웃는 건 더 잘한다. 내가 되고 싶은 할머니의 모습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 어리석음을 깨닫는 것,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는 것.. 나이가 들고 앎의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매 순간 순수함과 진심을 잃지 않는 사람.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