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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Feb 04. 2023

이마 베프/400번의 구타 단상

이수. 아트나인. 이마 베프 & 400번의 구타.

이마베프

우선 프랑스 영화는 정말 쉬운 코미디 영화가 아닌 이상 왠만하면 보기 어렵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볼 수 있게 된 듯한데... 난해하다기 보다는 영화를 정보로 받아들이고 해석해 피곤한 정도가 더 큰 영화인 듯하다. 각설하고 이마 베프는 프랑스 영화계에 대한 혹은 영화라는 예술에 대한 블랙코미디로 보인다. 사건, 인물, 현상 등을 열정적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영화화하지 않고 단편적인 이미지에 국한해 타성에 젖은 채 영화화 하는 모습. 자신들의 영화 외에 다른 영화는 예술이 아닌 쓰레기라 치부하는 관점. 이마 베프라는 인물과 이야기를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경직되고 정체된 사고만이 엿보이는 제작진들 사이에서 매기를 연기하는 장만옥은 동양인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에서 가장 이질적이자 아름다운 가능성이다.


400번의 구타

마찬가지로 정말 어렵다. 심지어 학부 시절 이름만 들어본 누벨바그 사조의 영화이다. 하지만 왜 좋은 영화인지 명확히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소년 두아넬에게 세상은 갑갑한 감옥이다. 맞벌이에 폭력적이고 무관심하며 비밀이 많은 부모. 마찬가지로 폭력적이며 규율을 강요하는 학교의 선생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자신을 억압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아넬은 끊임없이 반항한다. 거짓말, 가출, 절도. 두아넬의 반항은 자신의 세상을 부수는 아브락사스의 날개짓이다.


카메라는 두아넬의 세상과 세상을 향한 반항을 담담하되 따뜻하게 담아낸다. 소년원을 탈출해 바다로 달려간 두아넬은 바다에 발을 담궜다가 방향을 잃은 듯하다. 하지만 두아넬이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마주하는 순간 영화는 더 이상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온전히 두아넬의 시선을 받아낸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카메라이자 그 카메라를 보고 있는 관객이다. 마지막 순간 두아넬과 관객은 서로를 바라본다. 거짓말을 하며 피하지도 강요하며 억지로 바라보게 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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