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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Feb 05. 2023

유령 단상

신촌. 메가박스. 유령.

올해 첫 1000만 영화라 했던 바이럴이 많았던 영화인데다 예고편부터도 매력적이라 생각해 기대한 영화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배경의 기존 영화들과 비교해 이 영화는 밀실추리, 일제강점기, 항일 투쟁을 엮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애초에 예고편도 밀실추리심리극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의 예고편은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낚시꾼이다. 셜록 시즌 3 예고편만 해도 셜록과 왓슨의 BL로 세계인을 놀래키지 않았던가. 이 나라는 예고편계에서는 세계를 낚는 강태공이다.

우선 이 영화는 기존의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들과 비교해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는 밀실추리를 스스로 버린다. 5명이나 되는 용의자들의 관계는 시작은 좋으나 얼기설기 되어 있어 추리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이미 반은 정답을 주고 시작하는 만큼 반전까지의 긴장감이 중요한데 애초에 이 영화는 추리를 할 마음이 없었다. 아니 그럼 왜 절벽 위 오래된 호텔로 간 건데... 그 좋은 장소를 그렇게 쓰는 건데... 인물 2명은 있으나마나 한 인물인데다가 반전은 '놀라운' 반전을 위한 반전인지라 '아니 저기서 쟤가 왜?' 하게 된다.

그렇게 버리고 나서 도달하는 곳이 최동훈 감독의 <암살>과 김지운 감독의 <밀정> 사이 그 어딘가 애매한 위치라니... 비장하지도 춘몽을 헤매지도 않는다. 유령이라는 이름처럼 여기저기를 부유하는데 정말 부유만하지 어디 정착을 못한다. '와 뭔가 있어보여.'라며 홀리기만 하는 프랙탈처럼 이 영화는 관객에게 일제강점기를 경유해 현재의 어디에 도달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있어 보이는 이미지만 연쇄하는 이 영화가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아니라서 다행이긴 하다만 기대보다 많이 못 미치는 영화라 씁쓸한 입맛을 감추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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