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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Feb 16. 2023

컨버세이션 단상

용산. CGV. 컨버세이션.

제목 그대로 끝없는 대화의 연속이다. 남자 3명과 여자 3명의 대화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면 혼자서 함정을 파고 들어가게 된다. 의미를 찾으려 한다는 것은 앞뒤 대화의 논리를 채우려 하는 것, 앞뒤 서사의 인과를 찾으려 하는 것을 의미한다. 몇몇 인물의 관계와 서사를 제외하면 이 영화의 인물들은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논리를 채우고 인과를 찾으려 할 때 이 영화는 이해할 수 없고 그 순간 관객 스스로가 영화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영화가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내버려둔 채 순간순간에 반응하면 이 영화의 끝에서 의외의 말이 들린다. "아, 나 눈에 뭐가 들어갔어." 뭐가 들어갔을까?

우리는 서로를 인식하고 있으되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대화를 하지 않는다. 자기 존재의 '있음'을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이 말이며 그것이 대화의 시작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대화는 생각보다 무논리하며 인과도 없다. 그저 앞에 있는 상대에게 조금씩 스며들기 위해 말을 하며 대화를 한다. 존재의 있음을 보이기 위해 말을 한다면 누구에게 보이는가? 바로 눈 앞의 당신이다. 이 영화의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는 의미가 없다. 대화라는 그 행위 자체가 있을 뿐이다. 그 끝이 항상 아무 영양가 없는, 말 그대로 무의미할지라도 우리는 계속 서로 대화를 나눌 것이다. 당신이 눈에 담길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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