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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Feb 24. 2023

더 웨일 단상

코엑스. 메가박스. 더 웨일.

말 그대로 자신의 죽음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이. 죽음이 자신을 덮쳐오고 있는데도 그는 살고자 하지 않는다.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거식증으로 굶어 죽다시피 한 연인을 위로하고, 그리워하고, 그를 죽인 세상에 분노하며 폭식한 이. 그 폭식의 끝에서 단순히 부르트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종기와 고름을 뿜으며 갈변을 넘어 흑화된 살에 뒤덮인 자신. 찰리는 깊디 깊은 자기 혐오에 빠져 아무런 감정 없이 그저 살고 있던 고래이다. 그런 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자 최고의 사랑은 딸 엘리를 향한 사랑이다. 그저 엘리가 엘리이기에 최고의 사랑을 하지 못했던 것을 사죄하고 최선의 사랑을 전한다. 감정 없이 깊디 깊은 검은 수업 화면에 갇혀 살던 고래는 그렇게 감정을 가지고 깨어나 세상을 마주하고 스스로 일어선다. 고래는 타인을 사랑하며 완전한 자기 사랑에 도달해 구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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