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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Mar 01. 2023

TAR 타르 단상

오리. CGV. 타르.

인생에는 듣고 싶지 않은 소음들이 가득하다. 소음을 내는 것이 자기 자신이기에 더욱 듣고 싶지 않다. 이미 지나간 소리들이 다시 들려올 때면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이끌려가다가도 이내 눈과 귀를 막는다. 하지만 들리는 그 순간 이미 몸은 반응하고 있다. 깊이 묻어 잊었다 생각한 그 시절이 소음과 공명해 이불을 차며 소스라치게 일어서는 몸처럼 벌떡 일어난다. 떠오르는 시절에 몸도 절로 반응해 일상은 불안으로 가득찬다. 그렇게 가득찬 불안을 게워낸다고 해도 여전히 소음은 계속 들려올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찾아와 밑바닥보다 더한 무저갱을 일깨울 것이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음을 애써 무시한 채 자신의 의지와 믿음을 가진 채 무대에 서는 자. 그런 인간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인간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무저갱 속에서도 자신의 업을 꿋꿋이 이어가는 그는 마에스트로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무저갱에 있기에 그는 타락한 죄인이기도 하다. 그 간극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뒤틀린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소음에 굴하지 않는 타락한 마에스트로의 음악에서 우리는 마에스트로를 볼 것인가, 소음을 들을 것인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굴레에 처연한 아름다움을 웃프게 관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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