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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Mar 08. 2023

어떤 영웅 단상

광화문. 씨네큐브. 어떤 영웅.

한국으로 따졌을 때 체면 문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라힘 개인의 명예는 그 자신에게만 속한 것이 아니라 가족과도 연결되어 있다. 명예를 잃은 것은 죽음과도 같기에 어떻게든 다시 되찾고자 하는 라힘의 모습은 순진하다 못해 답답하다. 명예를 찾기 위해 유실된 금화로 빚을 갚는 것이 아니라 선행을 한 재소자로 스스로를 둔갑시킨 것이 용할 정도이다. 그런 와중에 아주 작은 거짓으로도 흔들리는 진실과 명예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생각해보면 억울한 가운데 답답하게 느껴지는 라힘이 웃프기 그지 없다. 심지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려는 듯 콧수염을 뺀 머리카락과 수염을 모두 깎은 채 교도소로 돌아가는 라힘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단 한 순간도 고요한 순간 없이 온갖 소음으로 가득한 일상처럼 진실과 거짓이 말들로 이리저리 뒤엉켜 시끄러운 영화는 마지막 순간 유일하게 처량한 음악으로 모든 소음을 덮는다. 한 줌도 안 되는 명예따위를 위해 고군분투한 라힘을 비웃는 것인지 위로하는 것인지는 본 사람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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