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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Mar 09. 2023

소울메이트 단상

코엑스. 메가박스. 소울메이트

2017년 개봉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 리메이크작의 숙명일 것이다. 특히 원작의 서사를 거의 비슷하게 끌고 가는 리메이크작이라면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래야 피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작을 한국식으로 차분하되 감정을 소박하고 밀도 있게 풀어냈다. 원작을 본 관객으로서 다행이면서도 아쉽고, 하지만 나름의 개성이 더 와닿기도 한, 복잡미묘한 영화이다.

원작의 칠월과 안생은 한국에서 하은과 미소가 된다. 원작에서 인물의 이름은 그 자체로 서로를 바라는 이유이자 서로의 인생에 대한 예언과 다름 없다. 그렇기에 원작은 두 인물의 우정을 운명보다 더한 숙명처럼 느껴지게 한다. 한국은 숙명의 이미지를 벗겨내기 위해 두 인물의 이름에 무게를 덜어낸다. 영화는 그렇게 두 인물의 우정을 소박하게 하지만 밀도있게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리메이크작은 한국 사회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일종의 종말감에 주목하는 듯하다. 하루하루 쌓이는 일상의 짐은 원치 않았던 삶을 살게 한다. 미술, 회화, 그림 등을 통해 드러나는 자유의 이미지는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회에서 철없고 재능 없는 이가 부리는 치기 정도로 여겨진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은과 미소도 자신이 원치 않는 삶을 꾸역꾸역 살아간다. 언제고 자신의 마음이 편한 삶이 오겠지.

그 때는 오지 않으며 그저 지금의 삶이 끝났으면 하면서도 계속 그 삶을 붙들고 늘어지는 감각. 한국 만이 아니라 국가와 세대를 막론하고 느끼는 감각이겠지만 젊은 세대는 젊기에 더 깊이 느낀다. 27세 죽어 진짜이고 싶지만 실제 그 나이가 되었을 때는 너무나 초라해 죽을 수 없고 결국 끝내지 못한 채 꾸역꾸역 살면서도 끝나길 바라는 모순의 감각. <소울메이트>의 하은과 미소가 서로를 더 깊이 의지하게 되는 이유이자 이 영화가 위로하고 싶은 감각이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이 영화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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