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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Mar 14. 2023

오토라는 남자 단상

용산. CGV. 오토라는 남자

원작 소설을 읽은 것이 2016년이다. 원작의 큰 뼈대와 이미지만 가물가물하게 기억난다는 소리이다. 그럼에도 할리우드판 리메이크는 상당히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원작 소설의 이미지를 2020년대에 맞게 잘 수정해 구성한 듯하다.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배경이 바뀌었을 뿐 큰 틀의 서사 구조는 유지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요즘 현실을 반영한 지점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톰 행크스의 찌푸린 얼굴과 크고 다부진 몸은 고집 센 원칙주의자 스웨덴 할아버지 오베와 쉽게 연결되어서 원작과 다른 배경에 대한 거부감을 잊게 한다. 원작을 읽은지가 오래되어 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최대한 원작을 살리면서 미국 할리우드식 멜로드라마를 녹여 둘을 거부감 없이 섞는 것에 주력한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보고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알아들을 수 있으며 그렇기에 원작을 더 궁금하게 한다. 소설을 영화로 리메이크할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자본주의적 선택이 긍정적으로 발휘된 경우를 예로 들라 하면 이 영화가 아닐까 싶다. 애초에 원작을 제대로 비틀어 재해석하기를 제대로 못할 바엔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원작을 재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원작과 그 팬에 대한 예의일지도 모른다. 물론 재현이 정말 원작을 충실히 재현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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