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zetto Mar 22. 2023

파벨만스 단상

홍대. KT&G 상상마당. 파벨만스.

<바빌론>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면서도 더 원숙하게 영화와 인생을 합일시키는 영화이다. 스필버그 감독의 인생이 녹아있는 영화로서 한국식으로 번역하면 <파벨만 가족사>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가족 이야기는 아니다. 가족을 경유해 영화가 어떻게 한 소년에게 가닿았으며 소년이 자신에게 다가온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소년, 샘 파벨만의 이야기이다. 샘에게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둘 사이에서 샘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 고민의 끝은 무엇인지. 위와 같은 지점들을 살펴보면 영화를 무리없이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

앞서 언급한 지점을 살펴보다 보면 영화의 종착지는 데미언 셔절 감독의 <바빌론>과 비슷하다. 네이버 웹툰 <삼국전투기>에서 가후와 곽가를 비교하는 컷이 있다. 두 영화를 대입해보면 <바빌론>은 큰 그림에서 세세한 부분을 채우는 곽가의 양상을, <파벨만스>는 세세한 부분을 채우며 큰 그림을 완성하는 가후의 양상을 닮았다. 하지만 종착지는 결국 비슷하다. 그래서 영화가 대체 왜 좋냐는 것이다.

두 영화의 응답은 비슷하다. 다만 반응의 정도랄까, 감독의 나이대에 따라 느껴지는 농후한 감정의 정도가 다르다. <바빌론>이 "이렇게 영화 산업이 끔찍할지라도 영화 자체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세상의 어두운 면은 철저하게 혐오하면서도 아름다운 면은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젊음이 느껴진다. 반면 <파벨만스>는 "인생은 영화가 아니라지만 동시에 영화 같기도 해. 때로는 영화가 인생 같기도 하고. 이렇게 비슷한데 영화가 싫을 수 있겠어?"라고 하는 듯하다. 세상의 어두운 면을 긍정하지 않되 아름다운 면에 대한 장난기 넘치면서도 따뜻한 늙음이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 장면. 잊지 말자. 수평선이 가운데에 있으면 존나 노잼이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다. 그저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상대적으로 더 거국적이면서 강렬한 비약을 선호하면 <바빌론>을, 더 소박하면서 차분한 비약을 선호하면 <파벨만스>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뭐가 더 나은지를 생각하기 전에 두 영화가 다른 감정의 농도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영화, 그 사랑스러운 것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스즈메의 문단속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