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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Mar 28. 2023

에어 단상

코엑스. 메가박스. 에어.

조던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조던이라는 상징을 가장 영리하게 보여주는 영화이다. 하지만 반대로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의 에어 조던 라인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화이다. 지금의 나이키라고 생각할 수 없는 80년대 나이키가 컨버스와 아디다스를 제치게 된 계기를 굉장히 담백하게 담아낸다. 맷 데이먼이 크리스찬 베일과 함께 나온 <포드VS페라리>나 마이클 키튼이 나온 <파운더>와 비교하면 굉장히 심심하다.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세 영화 모두 현재 세계에서 주름 좀 잡는다는 기업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앞의 두 영화와 비교해 <에어>는 정말 나이키가 컨버스와 아디다스를 제치게 된 지점에만 집중한 것처럼 보인다. 그 지점으로 어떻게 마이클 조던이 전설과 상징이 되었는지에 집중하는 듯하다. 누군가 한 시대가 아니라 시대를 넘어 영원이 되는 이야기를 영원의 주체가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이들을 이용해 풀어내는 것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요소이다. 전설이 홀로 애초부터 전설인 것이 아니라 전설을 만들어낸 숨은 전설들 덕분이라는 이야기는 '어쩌면 나도?'라는 생각을 들게 하니까.

하지만 영화는 에어 조던 라인의 탄생 서사가 아니라 탄생기에 가깝다. 생활 체육을 제외하면 국민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종목에서는 죽 쑤고 있어 사업 철수를 앞둔 나이키. 그런 나이키에서 자기 일을 도박처럼 하는 스카우터 소니가 어떻게든 조던과 계약해 연간 40만 달러에 달하는 에어 조던이 등장. 이 과정에서 당시 시장 1, 2위를 다투던 경쟁사 컨버스나 아디다스는 어떻게 1, 2위를 했나 싶을 정도로 무능하거나 혼란하다. 그렇다고 조던 가족과 혹은 조던과 심각하게 갈등을 빗는가 하면 막상 그렇지도 않다. 실화에서도 큰 갈등이 없었으니 아마 영화에서도 큰 갈등이 없었나 보다.

나이키 내부에서도 에어 조던 개발에 난항을 겪는가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에어 조던은 디자인부터 시제품까지 뚝딱 나온다. 업계 만년 꼴지라는 지표로 인해 전전긍긍하지만 그렇다고 실수도 안 한다. 나이키는 조던과 만날 운명이었던 것처럼 몇몇 잡음을 빼면 굉장히 부드럽게 조던과 계약한다. 영화의 명장면인 소니의 연설은 분명 감동적이긴 한데 그 연설 때문에 조던이 나이키와 계약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이 영화에서 조던은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것과 같아 조던이 어떤 생각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영화 중간 중간 피식 하는 웃음을 유발하는 지점은 많다만 영화 전체가 매력적이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MBC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14F의 소비더머니 나이키 편을 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포드VS페라리>에 레이싱을 모르던 관객들마저도 레이싱을 향해 들끓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열광한 것을 생각해보자. <파운더>를 보고 맥도날드의 성공담을 기대했다가 보고 나온 관객들이 맥도날드 버거를 보고 찝찝하다고 느낀 것을 생각해보자. 하지만 <에어>는 마이클 조던과 에어 조던에 관심이나 향수가 없는 관객들이 들끓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열광할 것 같지 않다. 그냥 나이키가 그랬다더라 정도의 정보만 얻어갈 듯하다.

P.S. 본편보다 에필로그로 나오는 정보성 후기 문장들이 더 재밌다고 느껴진다.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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