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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Apr 11. 2023

킬링 로맨스 단상

잠실. 롯데시네마. 킬링 로맨스.

한국에서 B급 코미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인물과 서사의 짜임새가 튼튼한 가운데 고급진 B급 유-우머로 무장했다. 특히 SNL 한국 시리즈에서 절대 잊힐 수 없는 "이하늬다!"송을 남긴 이하늬 배우님과 이 영화는 유구한 역사적 전통 계승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공명 배우님의 경우엔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과 <멜로가 체질>의 이미지를 섞되 B급 감성을 많이 타서 보게 된다. 귀여운데 겁은 많고 그런데 또 용감해서 앞으로 나서려고 하는 강아지라고 할까. 에픽하이의 <Fan>을 듣고 싶다. 사실상 이 영화의 진 주인공인 조나단의 이선균 배우님. 영화 시작 전 무대 인사에서 자신의 유작이었으면 싶다고 한 발언 때문이었을까. 조나단을 연기하는 것이 어색한 것을 넘어 "나는 누구? 여긴 어디?"하는 감정과 프로페셔널하게 뭐든 열심히 하는 배우로서 감정이 충돌을 넘어 융합하는 듯한 연기를 보여주신 듯하다.

마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틸다 스윈튼을 오마주한 듯한 배우가 읽어주는 동화로 시작한다. 틸다 스윈튼만을 오마주한 것이 아니라 영화 내내 색감과 구도가 웨스 앤더슨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B급과 웨스 앤더슨 감독이라... 둘이 이어지나 싶은데 이게 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극단적으로 대칭적인 구도에 쨍한 색감이 오히려 B급 세계관을 강화해 나사가 하나 둘 풀어지고 빠진 서사와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보는 내내 보고 있는 영화가 잘 만들어진 예술 영화인지 고오급 B급 유-우머 영화인지 헷갈렸다.

웨스 앤더슨만이 아니라 뮤지컬까지 들어갔다. 근데 너무 적재적소로 노래를 활용해 서사를 풀어서 오히려 한국 뮤지컬 영화를 향한 희망까지 느껴버렸다. 넘버라고 해봐야 3, 4개 정도이지만 넘버가 빠지면 서사가 진행이 안 된다. 그 정도로 <킬링 로맨스>는 노래와 찰싹 붙은 뮤지컬 영화이다. 영화 <영웅> 보다 더 연극적이면서도 뮤지컬스럽다. 심지어 아직도 황여래를 레드썬 상태로 몰고 간 조나단의 '행복'이 귓가를 맴돈다. 요즘 H.O.T와 NCT로 세대를 구분한다고 하는데 한 번 더 세대가 구분되어야 한다. H.O.T/NCT/조나단. 곧 조나단 세대가 등장할 것이다. 타조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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