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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Apr 12. 2023

렌필드 단상

용산. CGV. 렌필드

고전 드라큘라에서 조연 렌필드를 주연으로 발탁하고 할리우드 B급 정서를 한가득 부어 버무렸다. 필자에게 할리우드 B급 정서라 함은 우선 표현에서 인간의 신체를 무슨 고깃덩이 마냥 다뤄 터뜨리고, 뭉게고, 짓이기고, 찢는 가운데 피는 당근 주스, 칠리 소스, 토마토 소스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색과 질감을 가진 것으로 재현한다. 서사에서는 전반적인 구조가 튼튼하되 완전히 정합적으로 합치되어 있지 않고 나사가 풀린 채 엮여 있는 것을 말한다. 영화 <렌필드>는 위와 같은 할리우드 B급 정서를 활용해 오락적 잔인성을 시원하게 분출한다.

사실 B급 영화를 말할 때 "호불호가 명확할 텍스트"라고 하는데 적절하되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B급은 호불호의 문제보다 정신을 얼마나 놓을 수 있는지, 즉 콘텐츠에 대해 얼마나 넓은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취향의 문제를 호불호의 이분법으로 치환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 넓은 스펙트럼을 온전히 표현하며 소통하는 것은 지난하다. 뭔 소리냐면 이 영화든 다른 영화든 어떤 B급 영화를 볼 때는 조금은 유해질 필요가 있다.

고전 드라큘라를 현대에 능청스럽게 녹여내는 니콜라스 케이지. 드라큘라 곁에서 자신의 찌질함을 어떻게든 이겨내려는 찌질이 렌필드를 너드한 이미지로 녹여내는 니콜라스 홀트. 당차게 정의를 외치는 경찰이나 특유의 재치있는 끼와 바이브를 잃지 않은 아콰피나. 이들의 연기를 단순히 B급 영화라는 이유로 놓치기엔 아깝지 않은가? 표현의 측면을 조금만 버티면 적절한 유머가 더해져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분출될 이 영화가 답답한 일상의 분출구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적어도 야근시키는 상사를 드라큘라라 상상하며 잠시 상상폭행하는 시간은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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