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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Apr 25. 2023

동백꽃 필 무렵 단상

넷플릭스. 동백꽃 필 무렵

처음부터 끝까지 신파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신파를 사용한 드라마. 추리, 스릴러, 로맨스 등을 적절하게 배합한 서사에서 신파는 20화라는 비교적 긴 드라마가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결말에 다다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거미줄처럼 엮인 인물 관계도는 한국 사회의 정(情)과 한(恨) 문화와 연동되어 신파라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고운 정과 미운 정이 뒤엉키는 보통 사람들은 서로를 시기, 질투하면서도 사랑하고 연대한다. 그 속에서 상대와 '나'의 경계는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어 이른바 사람 사는 냄새를 뿜어낸다.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이 드라마는 아름답다. 겨울과 봄 사이 가장 먼저 피면서 봄이 곧 온다고 알리는 붉은 생명의 신호, 동백꽃. 그 꽃의 이름을 지닌 동백이는 꽃말처럼 행복과 사랑을 애타게 기다린다. 큰 행복과 사랑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재수와 팔자로 굽어진 자기 삶이 그냥 지금 보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펴지길 바랄 뿐이다. 그 주변의 사람들도 아주 작은 행복과 사랑을 기다릴 뿐이다. 동백과 주변 이들의 기다림과 인내는 우리네 보통 사람의 기다림과 인내이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사랑받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 동백꽃 필 무렵의 인물들은 하나 같이 우리네 모습과 같으며 그렇기에 사람 냄새로 가득하다. 시기와 질투의 악취를 뿜어내는 까불이와 같은 이들도 간혹 섞여 있기도 하다. 하지만 돌아버린 눈깔을 치켜뜬 용식이가 말하듯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악취만이 아니라 상대를 위하는 향취가 내재되어 있다. 악취를 뿜으며 상대를 죽이려는 이들보다 향취로 감싸며 상대와 함께 하려는 이들이 더 많다. 다양한 향취로 서로를 감싸는, 평범하고 보통인 사람들의 삶은 때로는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 죽을 것 같지만 자신을 감싼 다양한 향취에 소소하지만 알찬 행복과 사랑에 묵묵히 나아가 결국 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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