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zetto May 17. 2023

악녀 ~일하는 것이 멋지지 않다고 누가 말했어?~  단

도라마코리아. 악녀~일하는 것이 멋지지 않다고 누가 말했어?~.

2년 정도를 묵혀둔 드라마를 이제서야 다 봤다. 용두사미라 생각했는데 사두용미이다. 용 머리와 뱀 꼬리. 뱀 머리와 용 꼬리. 둘 중 어느 게 더 낫냐고 말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둘 모두 그저 그런 혹은 아주 상태가 안 좋은 키메라 상태이니까... 그래도 이 드라마는 사두용미로 끝난 만큼 끝날 때의 만족감은 큰 편이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다만 이 드라마를 볼 때는 적어 가지는 염두하고 봐야 10회를 마무리할 수 있다.

하나. 이 드라마는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볼 수 없다. 일본 대기업의 신입 커리어우먼인 타나카 마리린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드라마는 페미니즘에 기초해 있다. 페미니즘을 극도로 싫어하는 극우 남성들은 클릭할 시간도 아낄 겸 클릭도 하지 말길 바란다. 그 클릭이 변화를 위한 아주 작은 시작이지만 페미니즘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정도로 듣기 싫다면 정신 건강을 위해서 보지 마라. 끝까지 보고 나면 어느 정도 변화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씨앗을 받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둘. 아 드라마는 아주 엉성한 사내 드라마이다. 일본 드라마는 해외 드라마 중에서도 진입 장벽이 꽤 있는 편이다. 일본 드라마를 힐링 일상 드라마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힐링 일상 드라마를 빼면 대체로 맥 빠지면서도 오글거리는 코미디 혹은 지나치게 진지해 오글거리는 장르물 등이 많다. 힐링 일상 드라마에도 맥 빠지거나 진지해 오글거리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이는 일본 대중 문화의 근간에 재패니메이션, 즉 만화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건 뇌피셜이니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하지만 이 뇌피셜에 기초하면 이 드라마는 타나카 마리린이 대기업 오우미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일종의 판타지에 기초해 보여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승진하는 마리린. 그가 승진하는 이유는 대체로... 음... 없다. 일단 승진(?)한다. 마리린은 능력이 없다. 맑디 맑은 긍정적인 사고를 제외하면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그렇지만 주인공 버프 때문인지 매번 이리저리 성공한다. 성공에 개연성이 없는 건은 아니나 엉성한 데 감정적으로 해결하기도 해 보다 보면 오글거리기까지 한다. 오글거리는 건이 싫다면 안 보는 것이 좋다.

셋. 이 드라마는 지나치게 판타지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사실 세계 어디든. 사회는 시스템부터 소수의 상위 계급 남성 중심이다. 그 시스템에 잘 편승할수록 변화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마리린과 미네기시의 말처럼 오우미라는 대기업의 변화 밑에는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먼저 돼야 한다. 이 드라마는 그런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한다. 그런데 너무 가볍다. 애초에 가볍고 엉성한 사내 드라마이긴 하다만 촉구하는 변화가 너무 무겁고 진중하다. 무겁고 진중한 소재라 해서 꼭 진지할 필요는 없다만 그러려면 더 세심해야 했을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대하여 : 그리운 너에게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