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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May 14. 2023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대하여 : 그리운 너에게 단상

서울연극제 열린축제 모니터링단. 극단창세.

찬란하게 서글프고 조용히 시끌벅적한 야외공연이다. 사실 공연을 보는 동안에는 과거를 향한 그리움에 대한 공연이라고만 생각했다. 보고싶은 이들에 대한 현재의 그리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공연이다. 그 사실을 알고나니 더더욱 찬란하게 서글프고 조용히 시끌벅적하다. 현재가 아니라 지나가 진토가 되었을 이들이 자신들의 시간과 지금을 살고 있을 이들을 그리워한다.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 이리저리 춤추고 뛰어다니는 인물들 사이로 어느새 관객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춤추며 뛰어다닌다. 그렇게 공연의 세계로 들어온 관객들은 자신들과 함께 뛰어논 인물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다. 부모를. 학창시절을. 첫사랑을. 반려동물을. 삶에서 기억되어 몸에 쌓인 이들을 상상력을 원동력으로 불러본다. 인물의 상상력은 목소리를 타고 관객에게 들어와 상상력을 자극한다. 과거에서 현재를 그리워하듯 현재에서 과거를 그리워한다. 상상력이 서로를 마주한다.


마주한 상상력이 공감으로까지 이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애초에 이 공연이 세월호와 관련된 공연이라는 것을 아는 관객이 몇이나 되겠는가. 대한민국 연극의 메카라는 대학로에 와 축제라 이름 붙여진 곳에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릴 이들은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그런 느슨한 연결에도. 그리운 상상력은 천천히 지금 이 순간에 맞닿아 인지와 이해라는 과정을 순식간에 돌파해 '우리'라는 느슨한 하나에 도달하게 할 것이다. 그 느슨한 연결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게 될 것이고 종국에는 이해할 수 있으리라.

약 10년. 강산이 변하는데 걸린다는 1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비슷한 참사가 발생했다. 상처가 아무는 것인지 곪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다시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꿋꿋하게 일어서 상상할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임에도 지금 이 순간에 반짝이며 보이는 별들이 쏟아져 내리듯 과거와 현재가 지금 이 순간에 만나는 상상. 그 상상 속에서 우리는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서글프지만 찬란하게, 조용하되 시끌벅적하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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