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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May 24. 2023

드림팰리스 단상

홍대. 인디스페이스. 드림팰리스.

* 본 글부터 단상에 한 줄 평을 포함하려 합니다.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한 줄 평 : 시스템의 피해자들만이 벌이는 아귀다툼의 촌비극


시스템의 부조리와 그런 부조리를 이용한 인간의 부도덕 대신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바로 옆의 타인과 아귀다툼을 벌이는 소시민의 현실을 직시한다. 시스템의 부조리와 그런 부조리를 이용하는 인간의 부도덕이 만연한 현실에서 도덕적인 삶이나 타인을 있는 그대로 진심을 다해 대하는 삶은 잘해도 순진한 바보로 여겨지는, 이용 당하기 좋은 호구의 삶이다. 자신과 가족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모르게 혹은 알면서 시스템의 부조리와 부도덕에 편승해야 한다. 오로지 '나'로만 수렴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현실에서 각각의 '나' 사이에는 오직 이익이라는 관점을 제외하면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근대적인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이다.

산업 재해로 남편을 잃은 혜정과 수인의 갈등. 드림팰리스 입주민들과 혜정의 갈등. 하청 업체 피해자들의 유가족과 혜정, 수인의 갈등. 폭력의 가해자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시스템 내에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느냐 이용당하느냐라는 무의미한 상대적 줄 세우기로 갈등하는 소시민들만 보인다. 어떻게든 자기 것을 지키겠다는 삶의 일념은 폭력의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음에도 맞서기에는 너무 거대하다는 이유로, 맞서도 바뀌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운다. 하지만 분노는 남아 있기에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흔드는 같은 소시민을 공격한다. 정당한 몫을 가져가려는 악귀같은 놈들!

서로를 악귀라 부르는 시스템의 피해자들만이 벌이는 악다구니는 촌극이자 비극이다. 서로를 악귀라 여기게 만든 것은 시스템의 부조리와 그런 부조리를 이용하는 인간의 부도덕, 예컨대 영화의 길성 하이텍이나 드림 건설이다. 하지만 그 본질은 절대 전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본질의 외곽에서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느라 정신없는 또 다른 소시민만이 모습을 보일 뿐이다. 이데아의 빛에 비치는 그림자에 희노애락을 쏟아내는 동굴의 죄수. 뒤를 돌아 빛이 오는 곳을 볼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적어도 그 빛을 보기 위해 바로 옆에 있는 죄수의 손을 잡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려고 한다면. 그 손조차 서로를 향한 적의로 느끼게 하는 것이 지금 시대를 촌극이자 비극으로 느끼게 하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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