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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May 30. 202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단상

광교. CGV.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다양한 우리가 다정하기까지 하다면(4.0)


안녕이라고 말하지 말라 하고 싶을 정도로 시리즈를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시리즈의 정체성은 비주류인 이들의 화합에 따른 가족이라 할 것이다. 비주류인 이들은 주류로부터 억압 받으며 의심, 혐오, 자기 파괴 등의 모습을 갖기 쉽다. 별종, 괴물, 이단 등으로 낙인 찍히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는 낙인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낙인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실제로 가능할지도 불분명하기에 오히려 다가오기 힘들게 낙인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주류인 이들이 자신들의 낙인이 사실은 남들에 의해 뒤틀린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주류에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서로 연대해 주류에 대항하고, 주류를 위기에서 구하며, 결국 주류와 구분되는 공동체가 아닌 동등한 또다른 공동체로서 가족이 되는 가.오.갤. 시리즈는 신파의 비약 에너지가 가득한, 한국 정서와 가장 합치하는 마블 시리즈인지도 모르겠다.

3편의 이야기는 가.오.갤. 답게 정신이 없다. 3편까지 오는 서사에서 가.오.갤.의 주인공은 우리에게 당연히 스타로드 피터 퀼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오히려 시작부터 3편은 시리즈의 마지막임에도 연인 가모라의 죽음으로 완전히 세상을 막 사는 퀼의 이야기가 아니라 항상 옆에서 자기 혐오와 자기 잘난 맛을 오고가며 퀼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두 번째 베프(?) 로켓을 주인공으로 한다. 그런데 또 전체 서사에서 현재의 로켓이 활약하는 장면은 후반부에 있을 뿐 주인공인 로켓은 언제 죽을지 모를 혼수 상태로 누워있다. 그 와중에 퀼과 평행우주의 가모라는 연인이 될 수 있네 없네로 싸우고, 그 옆에 네뷸라는 의미심장한 눈빛 속에서 매일 화가 나있으며, 드랙스는 여전히 어딘가 나사 빠진 근육맨인데 애들은 겁나 잘 챙기는 아버지이고, 맨티스는 의남매를 맺은 퀼에게 지구에 있는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라 말하면서 뭔가 고민에 잔뜩 쌓여있다.

이렇게 정신없는 인물들의 고민과 감정은 모두 비주류로서 자신의 존재를 받아줄 수 있는 공동체가 있는가로 묶이면서 서사를 힘차게 밀고 나아간다. 특히 굉장히 인상깊은 것은 로켓의 과거 장면 연출이다. 로켓의 과거 장면은 단순히 혼수 상태에 있는 로켓에 대한 감정 이입으로만 연결되지 않는다. 로켓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오.갤. 멤버들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정체성까지도 환기한다.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우주선에서 노웨어로 가.오.갤. 멤버들이 비생명적인 연구로 학대받는 동물들과 함께 탈출하는 장면은 노아의 방주를 떠오르게 한다. 시리즈 내내 자신은 너구리가 아니라고 말한 로켓이 스스로를 너구리 로켓이라 말하고 모든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서 로켓은 노아가 되는 것이려나.

"나는 그루트다."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던 그루트가, 혹은 그렇게 밖에 들리지 않던 그루트의 말이 "모두 사랑해."로 들리는 것은 이 영화의 정체성을 떠오르게 하는 또 다른 백미이다. 시리즈 내내 로켓의 아픈 손가락 마냥 곁에 있던 그루트는 이번 편에서도 혼수 상태의 로켓을 곁에서 지켰다. 그루트는 로켓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에 로켓이 노아가 된 뒤에 가.오.갤. 멤버들을 껴안으면서 하는 그루트의 말이 실제로 "모두 사랑해."라고 한 것이든 혹은 그렇게 들린 것이든 어느 쪽이든 있는 그대로의 그루트를 모두가 느끼고 받아들인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만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하면서 감동적이었기에 가.오.갤. 시리즈가 이렇게 끝날 것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끝나는 와중에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까지 가.오.갤. 특유의 유쾌함과 감동을 끝까지 관객에게 선사하니 더더욱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스타로드가 언제고 돌아올 것이라는 말처럼 가.오.갤.이 부디 언제고 관객의 곁으로 유쾌하게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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