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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Jun 25. 2023

위대한 작은 농장 단상

이수. 아트나인. 위대한 작은 농장.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을 작은 농장(3.5)


자극적인 농장 엔터테인먼트가 가득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자극, 농장,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한 조합인가 싶고 이 조합이 다큐멘터리에 붙는 것은 또 가능한가 싶은데 이게 된다. 심지어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도가스럽기까지 하다. LA 도심을 떠나 축구장 100배 크기의 땅에 지속가능한 농장을 건설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 여러가지로 매력적이다.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은 이 영화, 다큐멘터리인데도 기승전결이 너무 명확한 대중영화 같다는 점이다. 우선 영화의 주제의식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생태계에 대한 경이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한 주제의식에 대해 전체적인 기승전결의 틀이 깔끔하다. 지속가능한 농장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 동화 속 평화로운 농장을 생각하며 꿈을 꾸고 있는 몰리 - 그런 꿈의 엔진을 가동시킨 유기견 토드와의 만남 - 지속가능한 농업 전문가 앨런의 도움으로 개간 시작 & 각종 문제 발생 - 1200년 만의 가뭄으로 대화재 도래 - 무사한 농장의 안정화.

큰 틀의 기승전결 내부의 사건들은 박진감이 넘친다. 죽은 땅에 생명 불어넣기, 달팽이 떼의 습격, 새 떼의 과수원 습격, 코요테의 닭 습격, 멧쥐의 습격 등. 8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황무지에 단일작물을 키우는 플랜테이션 농장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장을 만들면서 생기는 문제들은 오늘날의 문명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숨기고 있는지 알게 한다.

전체적인 틀부터 세부적인 사건이 주제의식과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아 탄탄하니 다큐멘터리인데도 하나의 이야기를 보고 듣듯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돼지 엠마가 아기를 낳을 때 무사히 순산하기를 바라게 되고, 코요테의 습격으로 닭들이 죽어나갈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같이 고민하게 되며, 달팽이 떼를 오리 떼로 해결하게 될 때는 안도감과 함께 생태계 그 자체에 경이를 느낀다. 인물들과 함께 농장을 가꾼다는 마음에서 생태계의 일부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1200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과 함께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산불은 영화 속 지속가능한 생태계에 도달하지 못한다. 공명이 동남풍을 부른 듯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인 영화의 작은 생태계에도 바람이 불어 산불을 몰아낸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듯 공명은 바람을 부른 적 없다. 그저 그 시기에 동남풍이 불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처럼 그저 자연스러운 바람이었을 것이다. 생태계의 일부인 인간이 느끼기에 기적이라고 느껴졌을 그 바람도 아주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일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인간은 그처럼 자연스럽게 생태계의 일부로서 녹아들려고 해야 할 것이다. 기적이라 인식하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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