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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Jul 26. 2023

바비 단상

광화문. 씨네큐브. 바비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자기 말에 갇힌 핑크빛 환상의 기괴함


그레타 거윅 감독의 한계가 느껴진 핑크빛 영화이다. <레이디버드>, <작은 아씨들>을 거쳐 <바비>에 도달한 그레타 거윅 감독에게 페미니즘 아래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 이외에 다른 할 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그레타 거윅이 말하는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의 페미니즘은 필요한 말이면서도 오늘날에는 조금 다르게 표현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이제는 시대착오로 들리기도 할 뿐더러 혐오의 시대인 지금 시대에 과연 적절한 표현인지, 이 영화에서는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시대착오로 들리는 이유는 이 말 자체가 80년대 페미니즘 운동부터 유구한 역사를 지닌 채 들려왔으며 이미 <작은 아씨들>에서 활용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여전히 통용되어야 할 정도로 혐오가 만연한 시대인 오늘날이 한탄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오랜 세월 계속해서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기 보다 조금은 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것은 결국 영화가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느냐의 문제로 연결된다.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느냐의 문제와 관련해 이 영화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듯하지만 굉장히 폐쇄적인 영화로 보인다. 현실 세계와 바비랜드가 일정 정도 연결되어 있기에 대다수의 바비들이 피부색을 제외하면 날씬한 몸을 갖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관객들에게 바비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더욱 강력하게 드러내는 블랙코미디적 장치이다. 문제는 이상한 바비를 제외한 대다수의 바비들이 여성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기능적이고 단편적으로 활용될 뿐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뚱뚱한 바비는 더욱 보이지 않게 된다.

피부색과 관련해 말하면 영화는 더욱 폐쇄적으로 느껴진다. 약 1시간 50분의 러닝 타임 중 대다수는 백인인 전형적인 바비와 켄이 서사를 주도한다. 교차성과 함께 다양한 섹슈얼리티, 젠더 등의 개인들이 각자의 페미니즘을 주장하고 더욱 세분화되고 있음에도 <바비>는 백인 주도의 서사처럼 느껴진다. 이로 인해 다양성은 더욱 기능적이고 단편적으로 활용되면서 바비들만이 아니라 켄들이 모두 뭉뚱그려진다.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에서 켄들과 알렌은 제외된 대상이거나 여성들 이후의 대상이라는 문제도 있다. 이미 허상의 공간인 바비랜드에 조금이라도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한 방안이긴 했을테지만 이로 인해 <바비>의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는 반쪽짜리이며 성별 이분화를 더욱 촉진해 현실의 혐오도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본다. 바비라는 역설적 존재로 더 세심하면서도 포괄적인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를 말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에게 기대가 너무 컸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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