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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Sep 06. 2023

달짝지근해: 7510 단상

기흥. 롯데시네마. 달짝지근해: 7510.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무해하지만 자극적인, 달짝지근한 7510

무해하지만 자극적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로맨스코미디이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을 유해진 배우에게 의지하고 있다. 유해진 배우의 영화 외부의 외모와 영화 내부의 인물 성격이 조응하며 만들어진 치호(75)는 영화 서사의 논리를 거의 전부 지탱한다. 하지만 그 모습이 버겁게 보이지는 않는다. 치호와 한 몸이 된 듯 유해진 배우는 영화 이곳저곳을 종횡무진하며 웃음을 준다.

유해진 배우만이 아니라 김희선 배우도 일영(10)과 찰떡이다. 딸이 가장 소중한 미혼모이면서도 남자와 사랑도 하고 싶은 여자. 일영은 순수해보이지만 할 말은 다 하고 여려보이지만 억세고 강인하게 살면서 치호와 사랑을 하고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유해진 배우가 서사의 기틀이자 기둥이라면 김희선 배우는 서사의 기둥머리로 치호의 매력을 두루두루 보이게 해준다.

치호와 일영만이 아니라 다른 인물들이 주는 웃음에서도 이 영화는 무해하게 느껴진다. 대표적으로 치호의 형인 석호나 일영의 전 남편인 이육구를 들 수 있겠다. 이들을 다루는 방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인물들이나 석호는 차인표 배우의 껄렁껄렁한 이미지를 통해 심각하게 받아질 수 있는 인물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치호와 일영 커플을 통해 개과천선한다. 이육구도 예상치 못한 까메오로 오히려 놀라움과 재미를 주면서도 악덕에 걸맞는 별 볼 일 없으면서도 웃긴 최후를 맞는다.

분명 완성도가 높은 영화가 아님에도, 배우들에게 많은 부분 의존하는 영화임에도 그렇기에 더 이 영화는 매력적인 영화이다. 석호나 이육구 말고도 우현 배우의 치킨집 사장님, 염혜란 배우의 약사, 현봉식 배우의 길 가다 시비 붙는 아저씨, 임시완 배우와 고아성 배우의 커플남과 커플녀 등. 잔잔하게 웃음을 주는 평범한 사람들이 나와 피식이건 푸하하건 웃음을 남겨주고 간다.

각본을 쓴 이병헌 감독의 사람됨인지, 연출을 한 이한 감독의 사람됨인지, 연기를 한 유해진 배우를 비롯한 배우들의 사람됨인지 모르겠으나 이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을 무해하되 자극적으로 그려준다. 만든 사람들이 모두 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애초에 이렇게 무해한 제작진이 모여 이렇게 자극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놀랄 일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백한데 자극적으로 그리는 그 어려운 일을 이 영화가 해낸다. 이 영화는 올여름 극장가에 숨겨진 보물 같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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