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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May 15. 2024

그녀가 죽었다 단상

용산. CGV. 그녀가 죽었다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닳고 닳은 재료로 만든 한물간 추리스릴러(1.5)


이 영화를 보며 떠오른 영화가 크게는 2개이다. <화차>와 <서치>. 두 영화와 비교했을 때 <그녀가 죽었다>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를 얘기할 때 배우의 연기를 가지고 얘기해야 하는 연기가 있다면 크게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배우가 연기를 정말 못했거나 배우와 영화가 서로 맞물리지 않거나. 전자의 경우는 거의 대체로 누가 봐도 연기력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경우이며 이 경우 영화 자체도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것밖에 없다. 후자는 주관일 경우가 많기에 그만큼 해당 영화와 배우의 연기 사이 관계를 논리적으로 살펴야 하고 그렇게 살핀다 해도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결국 연기는 관객 개인의 주관에 의한 판단이며 동시에 대체로는 굳이 이야기가 나올 일이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즉, <그녀가 죽었다>에서 변요한과 신혜선 두 배우의 연기는 앞서 언급한 두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와 비교해 대단히 뛰어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연출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가 다른 두 영화보다 나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연출을 크게 서사적 연출과 기술적 연출이 있다고 했을 때 이 영화는 서사적 연출에서 <화차>가, 기술적 연출에서 <서치>가 떠올라서는 안 됐으며 떠올랐을 때는 두 영화보다 더 나은 요소가 있어야 한다. 이 때 더 나은 요소라면 적어도 관객의 인식에 센세이션 혹은 충격 혹은 영감을 일으킬 무언가 있어야 한다. 보통 이러한 센세이션, 충격, 영감은 동시대적 현상, 사건에 대한 독특한 관점 혹은 해석에서 비롯된다. <화차>는 인간 개인의 존재와 사회적 신원 사이 긴장 관계를 담은 원작을 한국 사회에서 나락에 떨어진 여성의 구원과 파멸로 적절히 서사적으로 변형하여 회자되는 추리스릴러가 되었다. <서치>는 기술적 연출을 통해 SNS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추리스릴러로 회자된다. 여기에 <서치>는 SNS라는 동시대적 현상을 추리스릴러라는 장르의 측면에서 재해석한 면모까지 겹쳐 관객에게 인식적 충격을 주기도 했다.

두 영화와 비교해 <그녀가 죽었다>는 어떤 장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화차>와 <서치>가 떠오르는 순간 이 영화는 이미 닳고 닳은 소재를 뒤늦게 재탕한 영화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의 주된 소재인 관음과 관종 역시 이미 수많은 대중오락 드라마와 영화에서 사용된 소재이다. 당장 얼마 전에 <셀러브리티>나 <마스크걸>과 같은 넷플릭스 드라마가 있었다. 드라마만이 아니라 추리소설에서 이 관음과 관종은 여러차례 다양한 변주를 거쳤다. 심지어 코로나 이전에 이미 촬영이 끝났으나 개봉 연기로 이제서야 개봉됐다는 것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애당초 <화차>와 <서치>가 코로나 시기보다 이전에 개봉한 영화인 이상 이 영화는 새로울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오컬트의 장재현 감독처럼 추리스릴러 장르 영화에서도 대표할 만한 감독이 나왔으면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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