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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집엄마 Mar 28. 2021

'엄마'의 완벽한 센치함

비와 노래 그리고 한 잔

비가 온다.

오랜만에 이렇게 많이 퍼붓는다.

그리고 내 귀에는 내 몸속 피까지 흔드는 노래가 흘러들고 있다.

거기다 나는 오늘 와인 한 잔 했다.

이 늦은 시간에

비와 노래와 와인 한잔

모든 게 완벽한 기분이 든다.

오롯이 내가 중심이 되고 내 감정은 파도가 되어 넘실거린다.

지금 이렇게 이 감정을 온전하게 즐기는 나와 이 시간이 너무 만족스럽다.

아줌마의 여유인가 나이 먹은 사람의 여유인가.

어릴 때는 몰랐다.

엄마는 사람과 다른 엄마라는 새로운 인류인 줄 알았다.

이런 감정 따위는 절대적으로 상관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

어려서 몰랐지만 엄마도 이랬겠지.

혼자 이 감정을 즐기며 보냈겠지.

내가 지금 이렇게 30대 후반이 되고 아이들이 있지만 여전히 이 센치한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20대 피 끓을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감정을 즐기고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이다.

감정에 지배받고 휘몰아치던 20대의 그 시대를 지나

이제는 가끔 찾아오는 조용하지만 완벽한 이 감정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엄마'로의 나로 완전하게 세팅이 되겠지만

지금을 이렇게 이 감정에 맡기며 즐기고 싶다.

나와 같은 '엄마'들이 어딘가에는 있겠지

가끔 찾아오는 이 시간을 아끼면서 즐기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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