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나은 Jul 28. 2021

얼어붙은 눈 #3

안데르센 <눈의 여왕> 재해석 글

**공모전에 참여하고 있지만 제가 연재식으로 글을 쓰다 보니 공모전의 공식 권장 분량을 넘네요. 수상에는 마음을 비우고 재창작에만 몰입하겠습니다. 초보 작가인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네가 가버린 자리에 함박눈이 하염없이 너의 발자국 위로 쌓이고 있었다. 사람이 너무 급작스럽게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더니 내가 딱 그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갔다.

 왜 너는 나를 그렇게 떠났으며 그 여인은 누굴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 투성이었다. 며칠 동안 네가 이별을 통보하면 어쩌지라며 전전긍긍 힘들었는데 막상 이런 식으로 당하고 보니 오히려 어이가 없었다. 순간 냉정하게 생각하자 결국 결론은,

 '스포츠카의 그 여자는 누구지?'

 너는 항상 내게 말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는 데 그 와중에 나를 만나 연애를 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그런 네게 갑자기 나타난 그 여자가 누군지 신경이 쓰였다. 만약 네가 변한 이유가 있다면 그 여자에게 있을 것만 같았다.

 

"지잉~ 지잉~" 전화의 진동이 울렸다.

 

혹시라도 너일까 싶어 꽁꽁 얼었는 손으로 황급히 휴대폰 화면을 보니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다. 목 언저리부터 눈물이 차오르는데 애써 밝은 소리를 내며 전화를 받았다.


 "할매~."

 "카이 그 노무 자식이 전화가 왔는데.. 이제 자기 못 본다면서 잘 지내라는 데. 이게 무슨 말이고???"

 "........, 아냐 할매.. 카이가 나랑 좀 싸웠는데 나한테 화나서 할매한테 그렇게 전화했나 보다."


 너는 우리 할머니를 평소에도 너무 좋아했다. 우리의 데이트는 멋지고 세련된 장소보다 돈을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집이 좋았고, 그래서 우리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너는 우리 할머니를 친할머니 같다며 에살맞은 손주처럼 행동했었는 데, 그 사람이 내가 알고 지냈던  사람인가 싶었다.







그 이후로..

일 년이 지났다.





 

다시 매서운 바람이 부는 눈 내리는 겨울이 왔다. 할머니가 이제 그만 너를 놓으라고 한다.

네가 이제는 죽은 사람이란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지난 일 년간 너를 찾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는 네가 결국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네가 날 떠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곧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본격적으로 찾으러 떠나야 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아는 한, 넌 돌아올 사람이었고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 같았다.



 






작가의 이전글 얼어붙은 눈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