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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Dec 14. 2021

불멍, 물멍, 숲멍, 바람멍  '멍'이 필요한 이유

나에겐 어려운 '멍' 때리기

2주 전 친구는 불멍이 갑자기 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래서 다른 친구와 나는 고민 없이 가자며 

흔쾌히 동의를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서울 한가운데이면서,

전혀 서울 같지 않은 곳이었다.


홍대입구 근방이지만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자

주택이 즐비한 곳에 다다랐고,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자

아주 큰 주택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 올라서는 내내 우리는 조용하다는 말과

떠들면 안 되겠다, 서울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반복했고

우연히 본 노을에 감탄을 하며 낯선 길을 걸어보았다.


서울 한가운데서 하는 불멍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상관없이 부담 없이

 몇 시간 즐기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직업은 다양했고,

나이대도 다양했다.

분명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친구들과 뭉쳐있어 다른 사람들과 말을 많이 못 나누는 것이 아쉬웠다.


사회에서는 친구를 만나기도 어렵고,

어느 시점이 되면 더 이상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타인을 만날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게다가 그 접점이 '불멍'이라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불멍을 검색을 했다.

연관 검색어로 불멍, 물멍, 숲멍, 바람멍 등이 나왔다.


우리는, 나는 왜 이토록 '멍'을 원하게 되었을까.

20살 초중반쯤 한의원을 방문했을 때 

나는 교감신경이 활발하고

부교감신경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은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머리가 계속 쉼 없이 돌아가는 것과 같다.

휴식이 휴식이 아닌 것.

'멍' 때리는 일이 가장 어려운 상태다.


당시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시간이 더 지나자 알 것 같았다.

머리도 쉼이 필요한데 나는 자면서도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고 결국 아침에 피곤한 상태,

며칠이 지나면 그 피로감은 더해갔다.


바로 그 피로감을 덜어주는 것이 '멍'한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정말 '멍---------'한 상태가 

되어버린 후에야 

진짜 '멍'이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부디 우리가 '' '' 

자유롭게   있는 환경이 주어지기를,

쉬는 것이 백수라는,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로 들리지 않기를, 쉬는 것도 ''때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알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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